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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에서 퍼나른 글 모음

고사리

by 이우기, yiwoogi 2014. 5. 14.

아버지 산소 밑 10평 남짓한 비탈에 고사리가 지천이다.
해마다 이맘때 주말에 찾아가 산소도 돌보고
고사리를 꺾어 모아 설, 추석, 제사 때 쓰곤 한다. 
물론 그것만 가지고는 턱없이 모자라지만….
그러다 보니 고사리의 재밌는 점이 보인다.

고사리는 한번 꺾어도 그 자리에 새순이 자란다.
아침에 꺾고 저녁에 가면 금세 쑥쑥 자라 있다.
내려갈 때 안 보이던 것이 올라올 땐 보인다.
고사리와 숨바꼭질은 그 자체로 놀이가 된다. 

고사리를 찾으려고 돌아다니다 보면
취나물이나 다른 것은 눈에 안 들어온다.
머릿속에 ‘고사리’만 입력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찔레나 망개 가시에 곧잘 찔린다.

산소 바로 밑에는 고사리가 그렇게 많은데
산소 위, 옆에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다.
땅속줄기가 벋으면서 번지기 때문일까.
꺾은 고사리는 그대로 두면 금방 세어진다.
죽어도 살아 있는 셈이다. 얼른 삶아야 한다.

차례ㆍ제사상엔 고사리나물이 필수다. 
자손의 일이 하늘로 높이 번성하길 바라는 뜻이란다.
고사리는 단백질과 무기질이 풍부하여
산에서 나는 소고기로 대접받는다.

 

2014. 5.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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