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은 참 좋은 시절이다. 사람들의 옷차림이 흑백에서 총천연색으로 아주 많이 바뀐다. 꽃샘추위 따위는 더 이상 없을 것이라는 확신도 선다. 북풍한설에도 떨어지지 않던 가지 끝 나뭇잎이, 뿌리에서부터 억세게 밀고 올라오는 새싹의 기운에 떠밀려 비로소 완전히 자취를 감추는 때가 4월이다. “온 산천에 봄이로구나!”라는 탄성이 저절로 나오는 것도 4월이 제격이다. 분위기를 바꾸고 몸도 마음도 새 출발하기에 딱 좋은 때다.
그러한 4월이 준비되는 시기는 당연히 3월이다. 집안의 먼지를 떨어내고 두꺼운 이불을 장롱으로 넣고 어깨를 활짝 펴본다. 학교는 문을 열고 농부는 쟁기를 벼린다. 가물가물 아지랑이 피어오르는 너른 들판에서 쑥을 캐는 사람도 많아진다. 숨을 쉬면 봄기운이 마음으로 스며들고, 나물을 먹으면 땅기운이 몸으로 녹아든다. 3월은 이래저래 모든 사람이 바빠지기 시작하는 때다.
나는 3월도 좋지만 4월이 더 좋다. 4월이 더 좋은 까닭은 여럿 있지만 올해는 특별한 이유가 있다. 바야흐로 정치의 계절, 국회의원 선거가 있기 때문이다. 오랫동안 많은 것을 준비해 온 후보들이 우리들의 선택을 받는 날, 아니 우리가 선택하는 날이 있기 때문이다. 아이디어 만점의 구호가 거리를 가득 채우고, 우리 동네를 상전벽해처럼 바꿔놓을 장밋빛 청사진이 쏟아져 나온다. 국민을 위해 목숨마저 던져버릴 각오를 하는 사람이 저렇게 많은데, 어찌 기쁘지 않을 수 있으랴. 그동안 어디에서 무엇을 한 사람인지 통 모르겠는 사람도 있고, 이름만 들어도 얼굴만 봐도 훤히 아는 사람도 적잖다. 모두들 지난날 자신의 삶은 오로지 우리의 미래를 위한 것이었노라, 앞으로는 더욱 잘하겠노라 강변한다. 그 강변도 듣기에 나쁘지 않다. 판단과 선택은 누가 뭐래도 나의 몫이니까.
미국 시인 아무개는 ‘4월은 가장 잔인한 달’이라고 했다. 4월이 잔인한 달이 될지 기쁨으로 가득한 달이 될지는 이미 3월에 반 이상은 결정된다. 선량이 되겠다는 사람들에게 4월은 천당과 지옥의 경계선일 수밖에 없지만, 선택을 해야 하는 우리들도 냉정한 갈림길에 서게 된다. 앞으로 4년이 좌우되기에. 정치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으며 살게 될지 정치란 무엇인지조차 모르는 채 ‘격양가’를 부르며 살게 될지. 그래서 나는, 뿌리에서 밀고 올라오는 새싹인지 그 기운에 떠밀리는 나뭇잎인지, 흑백을 좋아하는지 총천연색을 좋아하는지, 후보에게도 묻고 나 자신에게도 되풀이하여 묻는다. 4월을 기다리는 3월, 마음이 설레면서도 나름대로 긴장되는 이유다. 경남일보 2012. 3.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