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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석류나무 잎사귀는 몇 장이었을까

아이유

by 이우기, yiwoogi 2012. 3. 22.

지난해 연말 가수 아이유’ 2집을 주문했다. 출퇴근할 때 차에서 듣고 싶었다. 왜 아이유였을까. 2집 나온 이후 거의 모든 언론에 아이유가 나왔다. 인터넷 검색 순위도 선두였다. 텔레비전에서 본 아이유는 예뻤다. 그가 살아온 인생(인생이라고 하기엔 아직 어리지만) 이야기도 봤는데 가슴 한구석에 짠한 느낌이 분명 있었다. 가창력을 판단할 수는 없지만 노래를 꽤 잘한다 싶었다. 그래서 사서 듣게 되었다.

그런데 노래가 들리지 않았다. 참 이상한 일이었다. 반주가 나오고 아이유가 노래를 부르고 있는데 뭐라고 하는지 알아들을 수 없었다. 머릿속은 자꾸 딴생각을 했다. 반주에 따라 손가락이나 발바닥을 까딱거리지도 않았다. 답답해졌다. 이런 노래를 왜 다들 좋아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그래도 아이유를 듣는다. 이유는 빅뱅을 들을 때나 원더걸스를 들을 때나 비슷하다. 빅뱅이 최고 인기 있을 때가 4~5년 전인가. 대학생들은 나에게 신곡 50곡씩을 사주곤 했다. 소통하자는 것이었다. 처음엔 따분했다. 요즘 10~20대는 이런 노래를 좋아하는구나 하는 생각을 하면서, 이문세나 김광석보다는 아래라고 생각했다. 마치 정형시처럼 1절과 2절이 있고 후렴이 있어서 외우고 따라 부르기 좋은 우리 시절의 노래가 더 좋은 줄 알았다. 그런데 요즘 노래도 계속 들으니 비로소 들리기 시작했다. 따라 부르지는 못해도, 나는 열심히 들었다. 곡도 가사도 괜찮게 들렸다.

우리 대학 시절 전영록의 종이학이나 조용필의 단발머리에 열광할 때 부모세대들은 그것도 노래라고 듣나?”라고 말했다. “아무리 들어도 무슨 말인지 통 모르겠다.”고도 했다. ‘눈물 젖은 두만강이나 목포의 눈물이 진짜 노래라고 했다. 나는 어른들이 젊은이들과 통하지 않는다고 속상해하며 원망도 했다. 세대 간의 소통은 어렵기도 하지만 어찌 보면 지극히 간단한 것인데도 말이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면서, 요즘 나는 일부러 아이돌 가수들을 찾아 들으려 노력하는 편이다.

나보다 윗세대들은 선거하는 날 경운기 타고 가서 제 손으로 사람인()자 새겨진 도장을 꾹 누르고 그것을 투표함에 넣어야만 선거를 했다고 생각한다. 지금 20대들은 스마트폰으로 좋아하는 후보의 기호를 살짝 누르기만 하고서도 정치에 참여했다,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여긴다. 그 사이에는 분명한 간극이 존재한다. 하지만 건너지 못할 강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노래처럼. 그럼, 누가 누구에게로 다가갈 것인가경남일보 2012. 2.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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