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날 같은 반성으로 과거를 단절하여 참언론을 외쳐라”
경남일보 노동조합의 파업 투쟁의 승리를 기원하며
전국언론노동조합 경남일보지부가 100년 만에 처음으로 전면 파업에 들어갔다. 뼈아픈 반성을 지렛대로 윤전기를 세운 것이다. 경남일보 노동조합원들은 지금 차가운 콘크리트 바닥에 주저앉아 절박하게 참 언론을 외치고 있다. 부끄러워 감춰온, 그래서 더욱 곪아버린 경남일보 내부의 무능과 훼절의 속살을 그대로 드러냈다. 경남일보 노동자들의 외침은 언론을 바로세우고 인간답게 살고자 하는 마지막 절규다. 그 부르짖음은 정든 일터를 내몰리듯 떠나야했던 퇴직자들의 가슴에도 불도장처럼 선명하게 날아와 박혔다.
경남일보 노동조합의 파업은 지역 언론을 바로 세우고 최소한의 인간다움을 유지하기 위한 정당한 싸움이다. 언론 노동자들은 도덕성과 자긍심을 무엇보다 귀중하게 여겨야 한다. 자리보전과 승진을 위해 회사 상전 눈치보고 광고주 입맛대로 글을 쓰고 때론 알량한 촌지에 양심을 파는 것은 더 이상 언론이 아니다. 사회악일 뿐이다. 사회악을 공공선으로 바꿔놓고자 하는 정당하고 당당한 외침이 경남일보 내부에서 터져나오고 있는 것은 필연이다.
스스로 묻고 따질 것도 분명하다. 경남일보 노동자들은 그동안 어떻게 신문을 만들어 왔는지 준엄한 자기반성을 먼저 해야 한다. 편집권 독립과 공정보도를 위해 얼마나 치열하게 싸웠는지 자문해야 한다. ‘100년 신문’이라는 이름에 매몰되어 독자들과 함께하는 참다운 100년 역사를 기리지 못하고 있는 오늘의 현실도 직시해야 한다. ‘ooo 사태’에 침묵하거나 암묵적으로 동조했던 이들은 당연히 무릎 꿇고 속죄해야 한다. 언론이 언론이고자 한다면 언론 그 이외의 일체를 모두 내동댕이쳐 버릴 때 비로소 독자가 언론 곁으로 다가온다.
‘언론사주’란 미명하에 굴종을 요구하던 억압의 시대는 단호히 거부했다. 지면을 사유화하고 인사 전횡을 휘둘러도 고개 숙일 수밖에 없었던 수치의 시대는 막을 내렸다. ‘언론인’이라는 가면을 뒤집어쓴 채 온갖 호사와 권세를 다 누리던 일부 인사들의 철면피한 몰상식도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독자들을 외면하고 100년 신문이라는 역사의 되새김만 하던 구태의연한 모습과도 과감히 절연했다. 이제 새로 시작하는 것이다! 새로운 모습으로 독자들에게 돌아가는 것이다!
우리 퇴직자들은 경남일보를 떠났지만 경남일보를 사랑한다. 그러나 사랑은 갈라섬이다. 확연한 갈라섬. 경남일보와 경남일보 아닌 것과의 갈라섬이 진정한 싸움의 결과여야 한다. 경남일보 역사에 먹칠을 하고, 그 오욕의 시절에 호가호위했던 자가 누구였는지 우린 또렷이 알고 있다. 독자를 기만하고 자신의 영달을 기했던 사이비 언론인이 무슨 짓을 했는지도 확실히 기억한다. 이들과 가차 없이 갈라서는 것만이 경남일보와 경남일보 노동자들이 살 길이다. 그런 싸움을 할 때, 그 싸움으로 진정한 승리를 쟁취할 때, 독자와 지역민은 다시 신뢰의 눈길을 보낼 것이다.
참 언론, 참 노동을 향해 큰 걸음을 내디딘 경남일보 노조, 그대들의 싸움에 무한한 격려와 사랑의 응원을 보낸다.
2009. 2.
경남일보를 떠났지만, 경남일보 노동자를 사랑하는 사람들 일동
김규학 김병찬 김종현 김형수 명성훈 박경조 박명환 박석곤 방성철 백승대 변은환 성숙희 이규섭 이덕한 이승철 이우기 이홍구 임형섭 정경규 최웅환 한형련 허 훈 |
* 이밖에도 몇몇 분은 경남일보 노동조합의 파업투쟁을 지지하지만 사정상 이름을 밝히지 말아달라고 하였음을 알려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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