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대학신문 기고글, 게재 안 된 글임)
모두 홍보맨 되어 고래도 춤추는 나라를
“빨간색 엠피쓰리를 찾았습니다. 저도 혹시나 해서 올렸었는데 찾을 줄 몰랐네요. 이름도 안 밝히시고 사례도 거부하시고 착하신 분 같았습니다. 정말 찾아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찾아주신 분께도 좋은 일이 많이 생기길~~ ^^.” 며칠 전 경상대 인터넷 홈페이지 칭찬게시판에 올라온 글이다. 이 칭찬게시판에 ‘제 여자친구를 칭찬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은 현재 2600여 회의 조회를 기록하고 있다. 또 ‘중앙식당 매점 아줌마를 칭찬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은 3820여 명이 읽고, 14명이 댓글을 달았다. 공감의 물결이었다.
일상적으로 친절을 베풀거나 어려움에 처해 있는 누구를 도와준다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그러나 쉽지 않은 일이다. 가파른 언덕길을 오르는 인생에서, 남에게 짬을 내주거나 푼돈이나마 적선을 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대학 사회에서도 마찬가지다. 학생은 학생대로 학점 관리 ‘전선’에서 친구를 극복해야 할 ‘상대’로 인식해야 할 때가 있을 것이고, 교수는 그들대로 강의와 연구에 매달리다 보면 주변을 돌아보기 쉽지 않을 것이다.
대학 사회의 한 축을 이루고 있는 직원들은 어떨까. 봉사단체를 만들어 어려운 이웃을 돕기도 하고 동아리를 만들어 끼리끼리 즐거움을 누리기도 한다. 하지만 모든 직장인들이 그러하듯 조직 내에서 경쟁과 자기 계발을 위한 투자에 신경 쓰다 보면 내 주변에 누가 있는지 돌아보기가 역시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그래서 봉사단체와 동아리를 만드는 건 아닐까. 대학에서 누구든 칭찬받을 일을 하기가 그만큼 어렵다는 것이다.
2005년 11월 개설한 경상대 칭찬게시판에는 현재 95건의 글이 올라 있다. 얼마 전 교직원만을 대상으로 한 ‘친절·봉사 우수교직원 추천함’을 인터넷 홈페이지에 개설했더니 3일 만에 3건의 글이 올라왔다. 읽어보면 누구든 고개를 끄덕일 만한 사연이다. 필자는 칭찬받을 일을 할 만한, 남을 칭찬할 만한 시간적·정신적 여유가 없는 가운데서도 아름다운 사연의 주인공들이 곳곳에 있음을 본다. 모든 구성원들에게 칭찬 받을 일을 하라고 넌지시 ‘압력’을 넣고, 또 그런 일을 알게 된 사람은 널리 알리라고 ‘회유’하고 있는 경상대의 노력이 조금씩 효과를 보는 것일까.
홍보실에서 일하다 보면 정말 칭찬받을 만한 사람이 주변에 많다는 것을 알게 된다. 스스로 밴드를 구성해 피나는 연습을 통해 음반을 내는 꿈이 야무진 학생들도 있고, 몸이 불편한 동료 교수와 수년째 함께 식사를 가는 교수도 있고, ‘봉사’라는 말만 들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 달려가는 직원도 있다. 가끔은 언론을 통해 ‘홍보’를 하기는 하지만, 사람들의 입에서 입으로만 전해지는 아름다운 사연의 주인공은 더욱 많다. 무엇보다, 자기 자리에서 맡은 바 일을 묵묵히 해나가는 말없는 이들은 칭찬의 주인공으로 손색없다.
필자는 기자들과 마주하면 가끔 이웃 대학들도 칭찬해 준다. 언론이 보도한 내용을 들춰내 다시 강조하여 칭찬할 때도 있다. 또 몇 해 전에는 진주시내에 있는 한 횟집 주인 딸의 장한 이야기를 장황하게 ‘보도자료’로 만들어 언론사에 알려준 적도 있다. 그럴 때는 정말 스스로 기분이 좋아 엔돌핀이 마구 나오는 느낌이다. 내 주변에 있는 훌륭한 사람과 재밌는 사연의 주인공들에게 세상의 빛을 비춰 주는 것은 보람된 일이다.
필자는 모든 사람이 스스로 모든 것에 대한 홍보맨이라고 생각하면 어떨까 싶다. 주변에 좋은 일이 있으면 다른 사람에게 알리고 싶어 안달이 나는 사람, 그래서 좋은 일이 자꾸 증폭돼 나가는 세상, 그래서 진짜 ‘고래도 춤추게 되는’ 나라가 되면 어떨까 생각해 본다. 그러면 대학통합이다, 구조조정이다, 법인화다, 학과 통폐합이다 뭐다 해서 바람 잘 날 없는 대학 사회도 좀더 人間味 넘치는 사회가 될는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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