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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 큰들 마당극 보러 가기

효자전

by 이우기, yiwoogi 2023. 8. 8.

2022년 10월 18일 경상국립대 GNU컨벤션센터 대강당에서 열린 효자전 공연 장면(사진=윤성민)

 

효(孝)는 사람이 백 가지 할 일 가운데 으뜸이라고 배웠다. 공자의 말이다. 유교 도덕의 기본 덕목인 ‘삼강오륜’에 나오는 부위자강(父爲子綱), 부자유친(父子有親)이나 신라시대 화랑도의 세속오계에 나오는 사친이효(事親以孝) 같은 말도 효와 관련한 말이겠다. 옛 어른들이 그렇게 가르친 것은 그만큼 실천하기 어렵다는 뜻이라고 생각한다. 자식은 효도하려고 하나 부모는 기다려 주지 않는다고 했다. 풍수지탄(風樹之嘆)이라고 한다. 어려운 말이 많다. 오래전부터 강조되고 강요되다시피 한 사상이고 실천이라서 그러하겠다.

 

충과 효를 강조하는 것은 유교사상이다. 유교는 윗사람, 권력자, 연장자, 노인, 부모세대, 선배들의 논리라고 한다. 자기들의 위상과 권위를 확립하고 이를 지키기 위해 아랫사람에게 강요하는 윤리라는 것이다. 그러한 이론을 졸졸 따라가다 보면 일면 타당하다고 받아들일 수 있다. <공자가 죽어야 나라가 산다>라는 책을 읽어보면 오늘날 우리 사회를 지배하고 있는 유교사상이 4차 산업혁명의 시대에 어울리는지 돌아보게 된다. 그렇다고 충과 효를 모두 벗어던질 수도 없다. 나라 없이 우리가 없고 부모 없이 내가 있을 수 없다.

 

극단 큰들의 마당극 <효자전>은 재미로 보고 웃음으로 느끼며 눈물로 깨닫는 한 편의 신파이다. 공부 잘하여 서울로 벼슬하러 가는 큰아들과 개구쟁이 말썽꾸러기 동생이 병든 어머니를 모시고 살아가는 우리네 이야기다. 시대적 배경은 조선이다. 1시간 마당극을 보고 있노라면, 저 이야기가 현재 내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이 아니라고 말할 수 없겠다고 느끼게 된다.

 

작게 보면 한 집안의 소소한 이야기일 수도 있는데 좀 확대해서 들여다보면 그 속에 부모 세대와 자녀 세대 간의 갈등이 녹아 있다. 웃긴다고 마냥 웃을 수만은 없고 울린다고 울음으로 끝낼 수 만도 없는 심오한 그 무엇이 있다. ‘마당극’과 ‘심오’라는 말은 원래 어울리지 않는다. 그냥 그렇다는 말이다.

 

그 세대 간 갈등은 어느 시대에나 있어 왔다. 갈등을 어떻게 풀어나갈지, 풀어나갈 수 없다면 서로 이해하는 범위에서 어떻게 봉합해 나갈지 등의 논란거리도 있어 왔다. 마당극 <효자전>에서는 다소 비현실적이긴 하지만 위기를 극복하고 모두가 건강과 웃음을 되찾음으로써 ‘해피엔딩’으로 끝난다. 큰 기대를 가졌던 큰아들은 어머니의 바람대로 살아내지 못하고 애물단지로만 여겼던 작은아들이 오히려 어머니 목숨을 구한다. 마당극 중간쯤까지 보고 나면 이 기막힌 이야기의 끝이 어떻게 매듭지어질지 누구나 알게 된다. 그러니 결론을 미리 좀 귀띔한다고 해서 나쁠 건 없겠다.

 

극단 큰들은 그들의 장기인 아재 개그, 신화·전설 끌어오기, 사람과 동물의 만남, 흘러간 대중가요 따라 흉내 내기, 최신 가요 갖다 붙이기, 배우들의 화려하면서도 조화로운 춤 실력 등을 자유자재 능수능란하게 구사한다. 숨돌릴 틈 없이 전개되는 이야기와 마당(화면)의 전환에 얼이 빠질 지경인데, 극이 끝나고 나면 관객은 눈물을 흘리면서도 손뼉을 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그러노라면 유교사상이 어떻느니 하는 이야기는 하나도 생각나지 않고 ‘아, 나를 낳아주고 길러준 부모님은 무조건 잘 모셔야겠다.’라는 생각만 하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

 

머릿속을 비우고 마음을 내려놓고 마당극을 보고 있으면 자기도 모르게 블랙홀에 빠져들게 된다. 만약 그러하지 않다면 자신의 마음을 아직 내려놓지 못한 때문이고 머릿속에 직장일, 집안일의 잡념이 씻겨나가지 않고 똬리를 틀고 앉은 때문이리라. 고개를 도리도리 흔들어 다시 두 눈을 떠 보면 마당극 배우들이 정성을 다하여 자신을 울리고 웃기고 있음을 알게 될 것이다.

 

8월 11일(금)과 12일(토) 저녁 7시에는 산청군 금서면 특리 동의보감촌 잔디마당에서 <효자전> 공연이 잇따라 열린다. 이른 저녁 먹고 달려가면 왕산, 필봉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 맞으며 재미있는 마당극 한 편 관람할 수 있다. 무료다. 아, 절대 무료하지는 않다. 비가 많이 오면 어찌 될지 모르니 미리 전화해 보고 가는 게 좋다(055-852-6507, 010-8512-9158). 6호 태풍 ‘카눈’은 그 시간쯤이면 이미 저 먼 곳으로 가고 난 뒤이겠지만. 아무튼 그러하다.

 

2023. 8. 8.(화)

ㅇㅇ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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