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참판댁 경사 났네>
극단 큰들은 대표 마당극 <최참판댁 경사 났네>를 6월 17일(토) 오후 2시 하동군 악양면 평사리 최참판댁 안채마당에서 공연한다.
이 작품은 박경리의 대하소설 <토지>를 1시간짜리 마당극으로 각색한 것이다. 하지만 마당극이라는 양식에 필요한 풍자와 해학이 곳곳에 배어 있어 전혀 색다른 느낌으로 감상할 수 있다. 1시간이 1분처럼 지나가 버릴 정도다.
일제강점기 이전 하동군 평사리 주민들의 일상과, 나라 잃은 시기 나라를 되찾기 위해 독립운동에 온몸을 바치는 조선 사람들이 등장한다. 왜군과 일제앞잡이도 나올 수밖에 없다. 팽팽한 긴장과 그 긴장의 끈을 툭 끊어놓는 웃음이 연거푸 쏟아진다. 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는 장면도 갑자기 나온다.
최참판댁 안채 마당에서 하는 공연은 더욱 각별하다. 사건 배경과 공연 현장이 일치함으로 인하여 생각지도 못하게 더 큰 감동을 얻을 수 있다. 최참판댁 안채를 중심으로 전후좌우에서 정신없이 드나드는 배우들의 빼어난 연기에 몰입하다 보면, 내가 지금 2023년에 있는지 1945년에 가 있는 것인지 헷갈릴지도 모른다.
나는 최참판댁에 마당극을 보러 가면 꼭 '한산사'에 올라간다. 물론 자동차로 올라간다. 한산사 앞에서 평사리 들녘(무딤이들)을 내려다보면 마음의 문이 열리고 일상의 피로가 풀린다. 고개를 돌려 섬진강을 바라보노라면 일생의 고단함이 씻겨가는 것 같다. 큰들과 하동이 전해주는 선물이다. 갈 때마다 선물을 안겨 준다. 억수로 고맙지.
나는 이 동네에 가면 국수, 칼국수, 간장국수, 수제비, 파전, 비빔밥, 도토리묵, 재첩국, 밀면, 메밀전병 따위 맛난 것을 순서도 없이 대중도 없이 잘 찾아 먹는다. 운전 기사를 데리고 가는 날엔 막걸리, 동동주도 사양치 않는다. 그런 재미가 더해지면 마당극의 재미는 배가 된다. 함께 마당극 보고 막걸리 마시던 동하 누님이 생각나면 나는 크게 울지도 모른다.
올해 <최참판댁 경사 났네> 공연 일정은 몇 번 되지 않는다. 그것도 야외공연인지라 날씨의 영향을 받는다. 이번주에는 그 어느 것도 영향 받지 말고 멋지게 공연하기를 빈다. 나도 안채 처마 밑 어느 자리에 끼어 앉아 울다가 웃다가 손뼉치다가 고함 지르다가 돌아오고 싶다. 그렇게 6월 중턱을 넘어가고 싶다.
명장면 가운데 내가 꼽는 최고의 명장면 하나를 올려놓는다.
2023. 6. 14.(목)
이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