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직실에 앉아>
[1] 당직실에 앉아서 폐회로텔레비전 화면을 본다. 정문으로 들어오는 차, 나가는 차가 많다. 차들은 제 다닐 길을 죄다 잘 알아서 들어오고 나가는 데 막힘이 없고 망설임이 없다. 그 차의 운전자는 무슨 일이 있어서 휴일의 나른함을 뿌리치고 직장으로 달려오는 것일까. 가족, 연인, 친구와 함께 바다로, 산으로 달려가 호연지기 낭만가객이 되거나 등짝을 방바닥에 붙이고 텔레비전과 눈싸움하는 것도 가히 나쁘지는 않을 텐데, 무엇이 급하고 중해서 일요일을 반납들 하는 것일까. 회의 많은 월요일을 앞둔 직장인들의 마음은 평안하기 어렵고 고요하기 어려우며 여유롭기는 더더욱 어려울 것이다. 회의 자료, 보고서 따위 만드는 일을 미뤄둔 채 귀하디 귀한 일요일을 허비할 직장인은 많지 않을 것 같다. 그러면, 일요일 출근하는 사람이 많은 직장은 좋은 직장일까 아닐까. 그들의 휴일 반납은 자발적일까 비자발적일까. 그리고 그것은 직장의 일 때문일까 가정의 사정 때문일까. 이런 궁금증을 하나씩 포개어 본다.
[2] 아침에 나오고 오전에 나오고 오후에 나온 직장인들의 허기는 오토바이가 해결한다. 먹을거리 실어나르는 오토바이가 하루 종일 정문을 드나든다. 생각보다 정말 많다. 어느 건물 누구에게 무엇을 배달하는지 알 수 없고 알고 싶지 않지만 그것이 무엇이 되었든 간에 재깍재깍 흘러가는 일요일 오후라는 막연한 불안감과 그로 인해 더 막연한 허기를 달래는 데 큰 영양이 되기를 빌어준다. 오토바이는 빠르거나 느리지 않아 다행이고 어느 건물 몇 층인지를 나에게 물어오지 않아 더 다행스럽다. 어느 건물 어느 사무실에서 짜장면, 통닭, 햄버거, 마라탕, 김밥, 라면, 우동을 시켜 드셨던들 모두 넉넉히 배 부르시고, 그 음식 소화할 에너지를 바탕 삼아 남은 일들 잘 처리하시기를 바란다. 뭐라도 주문하여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기고픈 마음이 스멀스멀 기어올라오는 날이다. 퇴근 시간이 다 되어가니 참을 수밖에.
[3] 반바지 입은 남학생 셋이 씩씩하게 걸어간다. 오후 5시 넘어 정문 앞으로 나간다는 건 이런저런 핑곗거리 만들어 소주나 한잔하자는 뜻이겠지. 자전거 타고 지나가는 학생은 도서관에서 나와 집으로 가는 것인지 실험실에서 나와 식당으로 가는 것인지 화면으로서는 가늠할 수 없는데, 어디에서 나와 어디로 가는 것이든 간에 조금 답답한 데서 조금 널널하고 환한 데로 이어지기를 빌어준다. 동네 주민도 나무그늘을 징검다리 삼아 지나다닌다. 시내 한 가운데에 대학교가 있고 그 대학교에 큰 나무가 많고 적당한 지점엔 연못까지 만들어져 있다면 동네 사람들에겐 큰 복이겠다. 대학 교정을 내 정원으로 여길 수도 있으니 말이다. 후문 쪽에서 들어와 정문 쪽으로 종종걸음을 놓는, 양산 쓴 아주머니들의 나들이도 안녕하시길 빈다. 계모임이라도 하시거들랑 맛난 것 많이 드시고 속에 든 희로애락 모두 풀어놓으며 더위 잊으시기를 빌어드린다.
[4] 얌체도 있다. 정문 앞 신호등에 막힌 자동차가 대학 안으로 들어와서는 곧장 유턴해서 빠져나간다. 유턴할 공간은 없는데 용케 학교 안 네거리 교차로에서 차를 돌린다. 잠시 잠깐의 신호등 붉은 색을 참지 못하고 학교 안으로 들어왔다가 나가는 운전자는 필시 시간에 쫓기는 사람일 터, 그러니 학교 안에서건 학교 앞에서건 학교 밖에서건 사고 위험을 안고 다니는 사람이라고 미루어 짐작할 만하다. 주차요금소를 지나지 않은 위치에서 유턴하는 차가 하도 많아 차단봉을 세웠더니 이젠 요금소를 지난 위치까지 들어와서 아무렇지도 않은 듯 돌아나간다. 틀렸다고 하기에도 그렇고 잘못됐다고 하기에도 그렇지만, 아무튼 위험한 일이고 하지 말아야 할 운전습관이다. 얌체 짓이다. 그렇지만 이런 운전은 학교 안을 수시로 드나드는 오토바이나 자전거나 보행자들에게 위협이 될 수 있다. 날씨만 덥지 않으면, 저녁 조문 약속만 없으면 잠시라도 딱 지켜서서 뭐라고 한마디씩 해주고 싶다.
2023. 8. 6.(일)
ㅇㅇ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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