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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잘하고 소소한 일상

서울 나들이

by 이우기, yiwoogi 2023. 1. 8.

1월 6일 저녁 10시 30분경 함양휴게소에서.

 

인삼랜드휴게소를 지났다. 빗방울이 날렸다. 서울에서 5시 40분쯤 출발할 때부터 간간이 흩뿌려지던 것이다. 어쩌면 큰눈이나 비를 만나지 않고 진주까지 올 수 있겠다 싶었다. 기대는 어긋났다. 자동차 앞유리로 달려드는 눈방울은 우박보다 강렬했고 늑대보다 무서웠다. 계기판에 남은 운전거리는 뚝뚝 떨어져 불안하게 했다. 덕유산휴게소에서 충전해야 했다. 눈이 쌓여 얼어붙기 전에 최대한 남으로 남으로 달려야 했으나 불안마저 안고 달릴 수는 없었다. 눈은 맹수처럼 맹렬했다. 덕유산휴게소 충전기는 다른 사람이 차지하고 있었다. 차를 달렸다.

 

쏟아지는 빗속을 뚫고 운전한 적은 많다. 무섭지 않다. 내리꽂히는 눈을 맞으며 달린 건 난생처음이다. 무섭다. 안성휴게소에서 80%를 충전하면 진주에 도착하고도 60km 넘게 여유가 있을 줄 알았는데 어리석은 계산이었다. 함양휴게소가 다음 목적지였다. 계기판에서는 '현재 충전량으로는 목적지까지 가지 못하니 중간에 충전소를 경유할 것인지' 계속 물었다. 물을 때마다 불안은 누적됐다. 함양휴게소까지 왔다. 70km 남았다. 눈은 여전했다. 온 세상을 뒤덮어 버리겠다는 듯, 도로를 온통 얼려 버리겠다는 듯, 내 발목을 영원히 붙들어 두겠다는 듯 펑펑 내렸다.

 

자동차에게 밥을 먹였다. 우리는 안성에서 빵을 먹은지라 별 생각이 없었다. 10시 30분에 식당에서 밥을 팔 것 같지도 않았고 무엇을 먹기도 애매했다. 자동차 몇 대 서 있지 않은 넓은 휴게소 주차장에 섰다. 가로등은 따뜻했다. 눈발은 멈추지 않았다. 깊은 밤 소리 없이 쏟아내는 하늘의 눈물을 온몸으로 맞으며 잠시 감상에 젖었다. 바람은 차고 머리속은 서늘했다. 이날을 영원히 기억하기 위해 사진으로 기록해 둔다. 무사히 귀가한 것은 큰 다행이다.

 

서울 나들이에서 느낀 것 3가지를 적바림해 둔다.

 

1. 서울은 녹록지 않다. 입성할 때 대문을 함부로 허락지 않았다. 꾸역꾸역 밀려드는 차들 때문에 서울을 눈앞에 두고도 미적거리게 한다. 고개 숙이게 한다. 빠져나올 때도 마찬가지다. 서울을 벗어나는 수많은 차들은 장마 앞둔 개미떼처럼 끝없이 이어지고 이어진다. 서울은 만만치 않은 도시다.

 

2. 전기차는 겨울에는 힘을 못 쓴다. 80% 충전하면 480km 정도 달릴 수 있었다, 여름에는. 겨울에는 계기판에 310km로 표시된다. 전기차 광고에서는 이런 사실을 적시해야 한다. 90% 가득 충전해도 진주에서 서울까지 한번에 가지 못한다. 차 탄 사람이 한 명씩 늘어날 때마다 달리는 거리는 더 줄어든다(니로플러스, 3명 탈 경우)

 

3. 산청, 함양 위쪽으로는 눈이 정말 많이 온다. 진주에서는 눈 구경하기 어렵다. 산청~무주 구간은 눈천지였다. 만약 기온이 더 낮았더라면 난장판이 될 수도 있었다. 겨울에 어디 돌아다니지 말고 집 안에 엎드려 있어야겠다.

 

2023. 1. 8.(일)

1월 6일 금요일 저녁 이야기를 적다.

시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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