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토식당>
연세가 적지 않은 내외가 밥집을 한다.
차림표는 낡았다.
갈치구이, 갈치조림, 낙지볶음, 낙지조림
말고는 생각나지 않는다.
값도 생각나지 않는다.
생각나는 건 많다.
수족관에 낙지가 있다. 반갑고 가련하다.
겨울에는 석유 난로가 있다. 여름엔 켜지 않는다.
반찬은 여남은 가지다. 안주인 손맛이 고스란하다.
오이 버섯 콩 멸치 가지 콩나물 숙주 파래 부추 따위다.
참기름 냄새는 정말 꼬소하다. 국산이라고 짐작한다.
바깥주인은 손님이 오면 김을 굽는다.
참말로 김은 이 밥집의 뚜렷한 상징이다.
김 찍어 먹는 간장이 있다. 참기름이 떠 있다.
간장만 따로 싸 가고 싶다는 손님이 종종 생긴다.
운 좋으면 달걀부침도 먹을 수 있다. 항상 주는 건 아니다.
된장국을 준다. 마주 앉은 사람마저 구수하게 만든다.
밥그릇 비울 즈음 숭늉을 내놓는다. 부른 배가 원망스럽다.
낙지볶음을 주문했다.
바깥주인이 수족관 낙지를 주방으로 옮긴다.
필사적으로 탈출하려는 낙지를 못 본 척한다.
하얀 접시에 담긴 볶음의 빛깔은 천연색이다.
말랑말랑 탱글탱글 졸깃졸깃 낙지는 입에서 산다.
채소는 양념에 버무려져 본래 맛은 상승한다.
알록달록 맛은 이따금 일탈을 꿈꾸게 한다.
낙지만 먼저 건져 먹는 손님이 있다.
한 숟갈 크게 떠서 밥에 슥삭슥삭 비벼 먹는 이도 있다.
김에 싸 먹으면 세상에 없는 김밥이 된다.
아삭한 채소를 한 입 베어 무는 손님도 있다.
모두 골똘히 생각한다. 일탈이 곧 이탈은 아니잖아.
일어설 때라야 깨닫는다. 이 집 접시가 흰색이었구나.
신발 신을 때 느낀다. 내 뱃구레가 생각보다 좁구나.
바깥으로 나와서 함께 외친다. 아, 낮이었구나!
돌아오면서 한번 더 생각한다.
이런 밥집이 일터 가까이 있다는 건,
그래 이건 행운이자 축복이구나!
아, 갈치 이야기는 다음에 해야겠구나.
2023. 1. 16.(월)
시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