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 문법>
고등학교 때 현대 문법을 곧잘 했다. 어렵지 않았다. 이해하기 어려운 건 외우면 되었다. 대학 국어국문학과 가서 알았다. 문법은 결코 쉬운 게 아니었다. 이해하기 어려웠고 외워지지 않았다. 반쯤 포기했다. 형태론, 통사론, 의미론, 음소론 따위는 나에게 영어나 수학처럼 어려웠다.
'세상에서 가장 쉽고 재미있는' 국어문법 책을 읽었다. 읽어 나갈 때는 쉬웠다. 재미도 있었다. 밑줄 그어 가며 읽었다. 하지만 돌아서니 깜깜하다. 용어는 잊어지고 말았다. 공들여 읽은 게 허사다. 문법 책 읽은 게 벌써 몇 번째인가.
포기하지 않는다. 비록 문법 용어를 외우지 못해도 포기할 수 없다. 다른 사람에게 이러고 저러고 설명할 수는 없어도 외면할 수 없다. '그래서 그렇구나, 그렇게 이해하니 쉽구나'라는 감탄사를 가슴에 새기며 읽어 나간다. '무턱대고 맞느니 틀리느니 하기보다는 문법 지식을 들이대며 받아들이니 훨씬 쉽구나'라고 느낀다.
고등학교 문법 참고서, 대학 문법 교재 따위를 구해서 읽어 나간다. '독서백편의자현'까지는 아니라도, 우리 말의 신호와 질서와 발자취를 좇아보는 게 무의미하지는 않을 것으로 믿는다. 읽는 즐거움과 깨도하는 기쁨이 있다. 끝까지 가 본다.
2022. 12. 27.(화)
이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