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줬으면 그만이지>
김주완 선배가 쓴 <줬으면 그만이지>(피플파워)를 읽었다. 책에 등장하는 많은 분의 말씀과 삶이 고맙다. 배울 게 아주 많다. 이런 분과 같은 시대를 사는 것이 고맙다. 그리고 매우 부끄럽다. 김장하 선생님은 고사하고, 책에 나오는 분들 삶의 1만 분의 1이라도 따라 배워야 할 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퇴근할 때 진주교를 걸어서 건너는 선생님을 멀리서 뵌 적 있다. 내가 일하는 경상국립대에서 명예박사학위를 드릴 때, 남성문화재단 해산하고 경상국립대에 기증식을 할 때, 가까이에서 뵌 적 있다. 경상국립대에서 명예박사학위를 받은 것도, 경상국립대에 재산을 기증한 것도 좋지 않게 보는 사람이 많은 것 같다.
결혼 후 곧바로 아기를 갖지 않았다. 어머니는 “남성당에서 약을 지어왔다”라시며 한약을 건넸다. 남성당은 한약방의 대명사로 인식됐다. 시청이 어디 있는지 몰라고 남성당 위치는 알았을 것 같다. 대학 때 친구 부친이 뇌졸중으로 쓰러지셨다. ‘남성당’ 약이 잘 듣는다며 친구들이 돈을 모아 약을 지어주었다. 쾌차하셔서 오래 사셨다.
선생님은 정신도 훌륭하셨고 한의사로서도 뛰어나셨다. 문전성시를 이루던 환자들이 그것을 증명한다. 그렇게 돈을 벌어 온 세상에 뿌리셨다. 책에서 만난 장학생만 해도 몇 명인가. 선생님이 뒤를 봐준 단체와 조직은 또 얼마나 많은가. 돈을 뿌리니 사회에 꽃이 피었다. 지역 사람이 살고 낮은 데 있던 잎들이 햇빛을 쐬었다.
진주의 어른이라고 말한다. 우리 시대의 어른이라고도 한다. ‘어른’이라는 말로는 부족하다고 한다. 자신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뚜렷한 주관을 갖고서 일신의 안락보다 주변을 먼저 돌아본 우리 시대의 성자라고 할까. 그 어떤 말을 붙여도 김장하 선생님의 삶과 사상, 마음과 정신에 가닿지 못할 것만 같다.
‘줬으면 그만이지’라는 말이 와 닿는다. ‘아름다운 부자’라는 말도 마음을 흔든다. 이 책을 읽는 사람들이, 김장하 선생님을 아는 사람들이 아름다운 부자가 되기를 바란다. 주머니는 가벼워도 마음이 아름다우면 된다. 주고 나면 그뿐이라는 마음으로 살아가면 된다.
김장하 선생님을 따라갈 수는 없다. 먼발치, 그 언저리에라도 가보기 위해 애쓰는 마음, 그것이 스스로 부끄러움을 줄이는 방법이다. 그것이 고마운 마음을 조금이라도 갚는 방법이다. 갚아야 하는 건 아니다. 갚고자 노력하는 삶이 곧 아름다운 삶일 것이다.
쉽지 않으면서도 정말 보람되고 즐거웠을 취재 과정을 잘 다듬어 내어준 김주완 선배도 고맙다. 평전이 아니라 취재기여서 더 쉽게 잘 읽었다고 생각한다. 긴장과 이완이 알맞게 배치되어 책을 놓을 수 없었다.
이제 눈길은 엠비시경남으로 쏠린다. 12월 31일(토) 오전 9시, 1월 1일(일) 오전 8시 30분 엠비시경남에서 <어른 김장하>를 방송한다. 연말연시 텔레비전 화면 앞에서 얼마나 많은 눈물을 흘리게 될까. 감동하고 또 감동하면서 한 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이하는 것 또한 김장하 선생님 덕분이다. 오래오래 건강하시기를 빈다.
2022. 12. 26.(월)
이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