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화>
요즘 <이윤기의 그리스 로마 신화>를 읽고 있다. 5권짜리를 한 권으로 모아놓은 두꺼운 책이다. 토머스 불핀치가 쓴 <신화의 시대>도 거의 읽었다. 신화 읽는 재미가 제법 쏠쏠하다. 흥미진진할 뿐만 아니라 교훈적이기도 하다. 그때는 그랬지. 그들은 그랬다. 그것을 보고 읽고 상상하며, 오늘날 인간이 지녀야 할 희망, 도덕, 사랑, 정의 같은 걸 얼핏 배운다.
신화의 시대에는 어처구니없는 일을 저지르는 신과 인간이 많았고 지금의 도덕으로는 도무지 이해되지 않을 일도 수없이 벌어졌다. 도무지 가 닿지 못할 머나먼 시공간의 여행, 어지간해서는 따라갈 수 없는 상상의 세계를 몇 번씩 왕복한다. 책 읽느라 연말에 내가 해오던 일 몇 가지를 미루거나 포기했다.
이윤기가 쓴 신화는 아주 재미있다. 어려운 이야기를 쉽게 풀어 쓰는 재주가 대단하다. 서양의 신화를 우리나라의 신화나 속담에 빗대어 설명해준다. 중요한 대목은 되풀이하여 설명해준다. 오늘날 우리가 배웠으면 하는 점이 무엇인지 자기 의견을 솔직히 말해준다. ‘신화는 상상력이다.’라고 말하는, 탁월한 이야기꾼이 2010년 8월 갑작스러운 심장마비로 사망한 것은 매우 애석한 일이다.
2023. 12. 25.(월)
ㅇㅇㄱ
<다시, 신화>
<이윤기의 그리스 로마 신화>를 다 읽었다. 다섯 권짜리를 두꺼운 한 권으로 묶어 놓은 책이다. 신과 인간과 신인이 저 하늘 별만큼 등장한다. 인명인지 지명인지 모르겠는 고유명사가 섬진강 모래알보다 많다. 신들의 가족관계는 또 어떻고. 용케 끝까지 읽었다. 이윤기의 타고난, 탁월한 이야기 솜씨 덕분이다. 그가 밤하늘의 별자리 하나쯤 얻었다 하더라도 모자랄 게 없겠다 싶다.
읽고 나니, 밑줄 그을 문장이 수백 개는 되었는데, 모두 놓치고 말았다 싶다. 은유와 직유가 메타세쿼이아 낙엽처럼 포개지고 쌓였다. 서양 신화와 우리 신화와 일본 신화를 군데 군데 박아 낯설면서도 정겹게 풀었다. 배우고 깨달은 바를 다 적고 기억하지는 못하지만 가슴 한 구석에라도 스며 있음을 다행으로 여긴다. 밥벌이를 그만둘 때쯤 한번 더 읽고 싶다.
마지막 책은 '아르고 원정대의 모험'이다. 당대 내로라하는 영웅들이 금빛 양의 껍데기를 구하러 머나먼 모험을 떠난다. 어떤 영웅은 중도에 포기하고 어떤 영웅은 죽는다. 그들이 죽인 이는 몇이랴. 결국 금양모피를 얻는다. 금양모피를 손에 넣은 이아손은 귀환하여 왕이 된다. 그러나, 그 뒤끝은 아주 개운하지 않다. 오비디우스는 이렇게 노래했다고 한다. "금양모피 역시 손에 넣는 수고에 비기면 하찮은 것." 이 말 한 마디를 기억해야겠다.
2024. 1. 4.(목)
ㅇㅇ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