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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잘하고 소소한 일상

까막눈

by 이우기, yiwoogi 2021. 4. 25.



1997년 9월부터 자동차를 운전했으니 햇수로 24년이 넘었다. 기아자동차의 '아벨라'와 '쎄라토' 2대를 사용했다. '아벨라'를 10년, '쎄라토'를 14년쯤 타는 셈인데 이런저런 부품이 낡고 고장나 수리했다.  그동안 자잘한 사고가 많이 생겨 정비소를 제법 찾았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자동차에 대해서는 까막눈이다. 시동 걸면 달릴 수 있고 조향장치를 움직이면 오른쪽 왼쪽으로 간다는 걸 안다. 제동장치와 가속장치도 안다. 주유소에서 기름 넣는 것을 스스로 해결하는 것까지는 자신 있다.


어제는 엔진기름을 갈려고 갔는데 정비기사가 이것저것 문제가 많다고 한다. 자동차를 조만간 팔아치울 것이라면 모르되 더 타려면 수리해야 한단다. 덜컥 겁이 났다. 바꿀 때가 다가오는 줄은 알지만 3년쯤은 더 탈 생각이었기 때문이다. 


문제될 만한 것은 모두 수리해 달라고 했다. 차를 맡기고 집에 가 있으니 전화가 온다. 아까 말한 것 말고 다른 것도 문제가 있단다. 뭐라고 자세히 설명하는 듯한데 무슨 말인지 도무지 모르겠다. 그냥 알아서 교환해 달라고 했다. 고치지 않으면 타고 다니다가 탈이 날 것만 같았다.


오후 2시에 차를 찾으러 갔다. 52만 원을 지불했다. 자동차 점검.정비 명세서를 달라고 하여 읽어보았다. 크게 부품과 공임으로 나뉘어진 이 명세서를 나는 이해할 수 없었다. 무슨 말인지 알기 어려웠다. 까막눈인 나는 어디에 무슨 문제가 있었던 것인지 알 수 없었다.


'엔진오일.휠터 및 크리너, 스파크 플러그 어셈블리, 클란트, 브레이크 플루이드.조정, 오토매틱 오일 교환, 프론트 드라이브 샤프트 어셈블리, 오일씰'까지는 공임에 해당하는 것이다. 부품 이름도 10가지나 적혀 있는데 다 알 수 없다. 


아무튼 이렇게 목돈을 들여 수리하고 교환했으니 당분간은 잘 굴러갈 것으로 믿는다. 3년 정도만 문제 일으키지 말고 잘 돌아다녔으면 좋겠다. 새 차 살 것이라는 말을 헌 차가 들으면 기분 나빠서 고장을 잘 일으킨다던데, 나는 아직 그런 말 한 적 없다. 하지만 이런 일에 까막눈이라서 자동차에게 미안하다. 


2021. 4. 25.(일)
시윤
(사진은 4월24일 **정비에서 정기점검 받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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