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한 일도 없는 일요일 아침 6시 50분 집에서 나섰는데 바쁠 게 무엇 있었겠는가. 농협주유소 앞 신호등 없는 좌회전 지점에서 차가 한 대도 없는 것을 확인하고 서서히 진입했다. 그순간 자전거 한 대가 왼쪽 앞바퀴 근처에 서 있는 게 보였다. 자전거 앞바퀴는 내 차 앞부분에 부딪혀 왼쪽으로 꺾여 있었다. 자전거는 넘어지지 않았다. 급히 차를 뒤로 뺐다. 자전거는 균형을 잃어 약간 비틀거렸다. ‘저 자전거가 넘어지면 안 되는데’ 이런 생각을 짧게 했다. 나보다 10살은 많아 보이는 남자가 “자전거가 먼저 가는데 갑자기 차가 들어오면 어떡하느냐?”고 따졌다. 화난 듯했지만 언성을 높이지는 않았다. “조심히 운전하라!”고 따끔하게 한마디하시고는 자전거를 끌고 갔다. 자전거 뒤에는 소주 빈병 여남은 개와 잡동사니들이 얹혀 있었다. ‘자전거가 넘어졌으면 저 소줏병이 깨졌겠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1분도 채 되지 않은 순간이 그렇게 흘러갔다. 다시 운전대를 잡았으나 마음이 진정되지 않았다.
보통 때보다 더 천천히 운전하여 무사히 도착했다. ‘자전거가 넘어졌으면, 그분이 “아이고, 나 죽네”라면서 억살을 부렸으면, 어디 부러지기라도 했으면, 그 수줏병이 길바닥에 어지럽게 깨졌더라면 어떻게 되었을까’ 하는 생각이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샛노란 수선화 여러 송이가 눈에 띄었다. 연분홍 진달래도 눈에 들어왔다. 하얀 목련도 내 키보다 높은 곳에서 아침 안개를 들이켜고 있었다. 봄이 오는 줄도 모르고, 주말이 가는 줄도 모르고 그저 앞만 보고 아래만 보고 지내온 시간이 주마등처럼 지나간다. 흐릿한 안개 알갱이 사이에서 무엇인가가 내 머리를 때린다. 정신 차리라는 망치질이다. 심호흡 크게 한 번 하고 주위를 좀 돌아보라는 일침이다. 오늘 하루라도 주어진 시간과 해야 할 일 사이에서 무엇이 중요하고 어떻게 하는 것이 정도인지 생각하라는 주문이다. 봄꽃 몇 송이 보면서 마음을 안정시킬 수 있다는 게 참 다행이다. 자전거 아저씨의 안전과 건강을 빈다.
2021. 3. 14.(일)
이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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