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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잘하고 소소한 일상

양파 볶음

by 이우기, yiwoogi 2020. 6. 6.

 

존경하는 이정희 선생님이 양파를 주셨다. 보라색과 흰색이 섞였다. 오래 전에 그의 밭에 양파 파종할 때 일손을 좀 거든 적 있다.

 

보라색 양파 2개와 흰색 양파 2개를 잘게 썰었다. 보라색은 무척 매웠고 흰색은 조금 매웠다. 커다란 냄비에 식용유를 부은 뒤 볶았다. 볶다가 매운 고추와 간 마늘을 섞었다. 소금으로 간을 맞추고 액젓과 참기름을 조금 보탰다. 고춧가루로 붉은 빛깔을 냈다. 맨 마지막엔 통깨를 마음껏 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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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착지근하고 고소하고 매콤한 양파 향이 거실에 가득 깔렸다. 볶고 나니 양이 절반으로 줄었다. 그래도 우리 세 식구 일주일은 먹겠다.

 

보통 양파는 다른 반찬의 보조 재료로 쓴다. 김치찌개나 된장찌개엔 필수다. 라면 끓일 때도 반 개 정도 넣고 생양파도 씹어 먹는다. 짜장면 우동 먹을 때도 없으면 서운하다. 그렇지만 양파는 늘 자기 존재를 낮추고 감춘다. 오늘은 양파가 온전한 주인공이다.

 

하루 종일 힘들었다. 정신적으로 힘들었고 육체적으로 고달팠다. 어떻게 하루가 갔는지 모르게 후딱 지나갔다. 한 계절을 보낸 만큼 긴 하루였다. 집에 와서 아내와 저녁 먹으며 가볍게 한잔 하고 그 힘으로 양파를 볶았다. 이제 살 것 같다.

 

하루 동안 열 가지 일을 했다고 한다면, 그 마지막 열 번째 일이 양파 볶는 것이라서 행복하다. 양파 썰 때 흘린 눈물 몇 방울로 모든 것을 보상받은 기분이다.

 

2020. 6. 5.

이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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