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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잘하고 소소한 일상

다섯 번의 외출

by 이우기, yiwoogi 2020. 6. 15.

 

아침 8시 30분 급하디 급한 일로 사무실 나갔다. 얼렁뚱땅 갈무리했다. 돌이켜보면 급할 것 없었지만 서두르지 않을 수 없었다. 아마추어니까. 비는 내렸다.

 

오전 11시 10분 무슨무슨 시험 출제경향 알아보러 진주기계공고 가는 아내를 모셔드렸다. 가는 길 대화는 짧았다. 부부간도 아마추어다. 비는 가늘어졌다.

 

낮 12시 35분 기말시험 앞둔 대학 2학년 아들 독서실 태워주고 다시 사무실 나갔다. 1시에 시작하는 야외 행사는 열릴 것인가. 프로정신은 감추어 두었다. 비는 완전히 그쳤다.

 

오후 4시 5분 중요한 책을 두고 왔다는 아들 심부름으로 집에서 독서실을 달렸다. 아들에 대해서는 나름 최선을 다한다. 구름은 예뻤고 날씨는 후텁지근했다.

 

오후 5시 35분 아내와 집을 나서서 독서실에 있는 아들 태워서 칠암동 삼성뷔페로 갔다. 결혼 22주년 기념 가족 외식은 조촐하고 뜻깊었다. 마음은 정성을 다했지만 말투는 버석거렸다. 소주 딱 한 병 비웠다.

 

일요일이 길다. 하늘도 변화무쌍했다. 오후 7시 30분 넘어 귀가하여 <일요일이 다 가는 소리>를 듣는다. 아쉬움과 그리움이 쌓인다. 내일을 어떤 힘으로 시작할지 좀 아득하다.

 

22년 살았으니 30년도 50년도 살아가는 게 힘들지 않을 것이다. 8월 군대 가는 아들이 내년에도 함께할 수 있을지 없을지는 오로지 군대 휴가에 달렸다.

 

모두 건강하면 된다. 모든 일에 최선을 다하되 결과는 하늘에 맡길 수밖에. 가족 사랑 이어가고 이웃 사랑 쌓아가며 사람답게, 사랑으로. 뒷창문 여니 뉘엿뉘엿 해는 넘어가는데, 제법 시원한 바람이 달려드면서 말하네. “여보게, 이게 인생일세!” 고개 끄덕일밖에...

 

2020. 6. 14.

이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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