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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잘하고 소소한 일상

사랑의 밥상

by 이우기, yiwoogi 2020. 6. 7.

 

존경하는 이정희 선생님이 상추, 치커리, 당귀, 쑥갓을 주셨다. 고기를 구워 먹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랑하는 아내가 미리 알고 대패목심을 사 두었다. 존경할 수밖에 없는 큰형님이 죽순을 꺾어 왔는데, 존경하고 사랑하고 또 존경하는 어머니께서 오징어와 미나리를 사서 초무침을 만들어 주셨다. 어머니는 물김치마저 아낌없이 주셨다. 존경하는 큰형수께서 말랑말랑한 가래떡을 주셨기에 노릇노릇 구웠다. 사랑하는 아내가 이를 예상하고 지난해에 미리 사 놓은 아카시아벌꿀을 살짝 끼얹었다. 사랑하는 홍보대사 학생들이 이 일들을 미리미리 짐작하고 몇해 전 야관문 술을 담가준 적 있는데, 그냥 먹으면 텁텁하므로 사랑하는 아내가 얼음을 만들어 두었기에 시원하게 마실 수 있었다. 사랑하는 아들은 오늘은 일요일이라서 나들이하지 않고 함께 밥상에 앉았으니. 모든 게 사랑하고 존경하고 또 사랑하고 존경할 일밖에 없다. 그 속에서 나는 상추 씻고 고기 굽고 고추 썰고 마늘 썰고 김치 꺼내어 상 차리어서 함께 잘 먹었다. 존경하고 사랑하는 이들의 예상했던, 예상하지 못했던 소소한 일상이 한데 어우러져 긴장하고 바빴던 일요일을 건너가게 해 준다. 고맙다.

 

2020. 6. 7.

이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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