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춘우. 극단 큰들의 무대미술감독님입니다. 감독이면서 배우이기도 합니다. 나는 이분의 이름 ‘춘우’를 ‘봄비’로 해석합니다. 봄 춘(春), 비 우(雨)라고 생각한 것이지요. 맞으면 다행이고 아니라도 할 수 없습니다. 봄비. 얼마나 좋은 뜻입니까. 봄비. 얼마나 설레는 말인지요. 봄비. 얼마나 좋고 고맙습니까. 저는 박춘우 감독님을 알게 된 것을 아주 큰 기쁨이자 보람으로 생각합니다. (참고로, 박춘우 감독님의 이름 한자는 ‘春佑’입니다. 제 이름은 한자로 ‘佑基’ 이렇게 씁니다.)
2018년 4월이었던가 봅니다. 박춘우 감독님이 진주시 망경동 루시다 갤러리에서 ‘따뜻한 그림 이야기 봄봄봄’이라는 주제로 개인 그림 전시회를 열었습니다. 저는 이 전시회를 보면서 세상이 이렇게 따뜻하구나, 세상은 이렇게 아름다운 것이구나 하는 생각을 다시금 하였답니다. 그렇게 따뜻하고 아름다운 것을 사람 손으로 그림으로 이렇게 표현할 수도 있구나 하는 생각까지 하게 됐습니다.
원래 문화예술 이런 데 문외한이라서 무슨 전시회는 잘 가지 않는 성미입니다. 2017년, 2018년 두 해에 걸쳐 경상남도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린 ‘장승전시회’를 본 적 있는데 그때부터 ‘나도 전시회라는 걸 좀 보러 갈까?’라고 생각하던 차에 박춘우 감독님 전시회를 가 볼 기회가 생긴 겁니다.
사실은 극단 큰들이 페이스북에 박춘우 감독님의 전시회를 소개했을 때부터 마음이 울렁거렸습니다. 그 뒤 어느 날 전민규 예술감독님께서 박춘우 감독님의 작품세계를 잠시 귀띔해 주신 뒤로는 얼른 전시 작품을 보고 싶어져 심장 두근거리는 나날을 보냈습니다. 그러고선 제 인생사에 처음으로 전시 작품을 사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이때는 제가 극단 큰들의 마당극을 열심히 챙겨 보지 않을 때입니다. 순서로 치자면 2016년 11월 극단 큰들 후원회원 가입, 2018년 4월 박춘우 감독님 전시회 관람, 2018년 5월 산청 동의보감촌에서 마당극 <효자전>을 본 뒤 감상글을 쓰면서 본격적인 미치기와 빠지기로 이어진 것이니까요.
전시회 개막식 하는 날 일 마치자마자 달려갔습니다. 페이스북에 소개된 몇몇 작품 말고 다른 것은 어떤 게 있는지 궁금해서 미치겠던 것입니다. 그 마음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요. 그리고 한 가지 더 말하자면, 그림 몇 작품을 사서 어디 드려야겠다고 스스로 다짐까지 해 두었지 뭡니까. 개막식 시각이 오후 6시인가, 7시인가 그건 기억에 없고요, 저는 5시 30분도 되지 않아 행사장에 도착했더랬지요.
가장 먼저 한 일은 감독님과 그림 앞에서 사진 몇 장 찍는 것이었습니다. 그러고 나서는 가장 마음에 드는 작품 4점에 빨간 딱지를 붙이는 일을 서슴없이 저질렀습니다. 4점이면 가격도 만만찮을 터인데도 저는 앞뒤 재지 않았습니다. 까딱하다간 가장 마음에 드는 작품을 다른 분에게 뺏길지도 모른다는 조급증 때문이었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제가 고른 작품은, 박춘우 감독님이 여러 전시 작품 가운데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을 골라 엽서로 만들었는데, 그 엽서에 모두 포함돼 있는 것이었습니다. 제 눈썰미를 스스로 좀 자랑하고 싶어지네요.
박춘우 감독님의 작품은 한마디로 환상과 현실 사이에 있는, 그래서 가장 아름답고 예쁘고 귀엽고 찬란한 꽃들의 세계였습니다. 가장 많이 등장한 꽃은 구절초, 국화 종류였습니다. 전문가들은 꽃 모양에 따라 세밀하게 구분하던데, 저는 그것까지는 모르겠네요. 그다음 많이 등장한 꽃은 능소화였습니다. 자작나무 그림도 무척 많았습니다. 복사꽃 그림도 눈길을 사로잡았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니 어떤 꽃이 더 많았는지 하는 것은 자신 없습니다. 그저 저에게 강한 인상을 준 순서라고 하는 게 더 나을지 모르겠습니다.
저는 네 작품을 고르고 나서야 다른 작품에도 눈길을 돌릴 여유를 찾았습니다. 저는, 그 순간, 아! 하는 탄성을 질렀답니다. 왜냐구요? 전시 작품 60여 점 가운데 네 작품을 고른다는 것이 얼마나 부질없는 짓이고 철딱서니 없는 행동이었는가를 그제서야 알아챈 것입니다. 미련한 바보짓을 멋모르고 한 것입니다. 박춘우 감독님도, 큰들 단원들도 아무도 싫어라 내색하지 않았지만, 돌이켜 생각해보면 민망하고 부끄러운 일입니다. 그 어느 작품을 고른다고 해도 최고의 걸작들이었던 것을 그렇게 나중에서야 깨닫다니요.
그러고 나서 좀 궁금했습니다. ‘박춘우라는 분은 어떤 분일까.’ 아, 그림 전시회 할 때는 대강 알았지요. 경북 안동에서 태어나 안동대학교 미술학과에서 서양화를 전공했다는 것을 들었습니다. 2018년 이전에도 전시회를 여러 번 열었다지요. 2000년에는 굴곡 많은 현대사를 겪어온 할아버지, 할머니들의 얼굴을 그린 ‘두만강 푸른 물에전’을, 2003년에는 ‘진주들꽃전’을, 2008년에는 ‘들꽃이 들려주는 옛이야기전’을 각각 열었답니다. 2008년 이후 10년 만에 마련한 전시회, 그 한 번의 전시회를 보고는 저는 홀딱 반하고 만 것이랍니다.
그래도 또 궁금했습니다. 좀 시일이 지난 뒤, 그러니까 제가 마당극 공연을 한두 번 더 보았을 6월 어느 날이었지 싶습니다. 무턱대고 여기저기서 ‘박춘우’를 검색해 보았습니다. 그러다가 참으로 우연하게도 유튜브에서 박춘우 감독님을 만나게 됐습니다. 기억이 좀 가물거리긴 하지만 한국정책텔레비전(K-TV)에서 박춘우 감독님을 주인공으로 실록영화(다큐멘터리)를 만든 것 같았습니다. 스스로 출연 주인공이자 목소리까지 녹음했는데, 차분하고 안정적인 모습이었습니다.
박춘우 감독님의 부모님은 아마도 한국전쟁 때 피난 왔다가 대구 근처인 안동에 눌러앉은 듯했습니다. 연로하셨지요. 감독님 위로 누나가 몇 분 계시고 감독님은 막내였던 것으로 기억납니다. 이러저러한 자잘한 가족 이야기가 소박하고 조용하게 펼쳐지는데 왜 그렇게 눈물이 났을까요. 저는 다큐멘터리를 보면서 제법 울었습니다.
맨 마지막에 부모님을 큰들로 모시고 와서 <순풍에 돛 달고>를 공연하는 장면에서는 펑펑 울었습니다. 그분들의 내면으로 제가 들어간 것이지요. 공연을 보는 부모님과 공연을 하는 박춘우 감독님과 그런 무대를 마련한 극단 사람들 마음이 제게로 다가왔던 것입니다. 2000년에 했다던 그림 전시회의 제목이 ‘두만강 푸른 물에’인 까닭을 어렴풋이 알 만도 했습니다. 그렇게 저는 박춘우 감독님의 팬이 되어 버렸습니다. 운명이라고 할까요.
2018년 한창 마당극 공연장 쫓아다닐 때 우연찮은 기회로 박춘우 감독님과 술 한잔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이런 분과 마주앉아 편안하게 술을 마실 기회란 아무에게나 주어지지 않는 선물 같은, 봄비 같은 것이거든요. 그날 대취하여 무슨 말을 어떻게 주고받았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좀더 많이 가까워진 듯하여 무척 행복하고 흐뭇했던 기억이 새롭습니다.
박춘우 감독님은 극단 큰들의 무대미술감독입니다. <오작교 아리랑>, <효자전>, <최참판댁 경사 났네>, <남명> 등의 공연을 보면, 무대 정면에 걸린 커다란 그림을 볼 수 있습니다. 동양화라고 해야겠지요. 소나무, 바위, 산, 강 따위가 펼쳐져 있습니다. 그 그림을 박춘우 감독님이 그렸습니다. 볼 때마다 ‘어쩜 저렇게 멋지게 그렸을까?’ 하는 생각을 멈출 수 없는 그림이지요. 그뿐이면 말을 하지 않습니다. 각 마당극에 등장하는 온갖 가지 소품들도 모두 박춘우 감독님 손에서 탄생했습니다. <남명>에서 무대 한 가운데 있던 우물이, 책꽂이도 되고 연단도 되는 것을 보셨을 겁니다. 그 신묘한 재주가 박 감독님 머리에서 나온 겁니다.
마당극 제목과 내용, 배우들의 연기, 주제들에 걸맞은 그림을 그려낸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더구나 무대 정면 그림은 공연장이 어떻게 생겼느냐에 따라 다르기도 해야 하지만 그렇다고 각각 달라서는 안 되는 것이므로 더욱 깊은 고민과 넓은 사색을 해야만 했을 겁니다. 그걸 박춘우 감독님은 큰들에 들어간 2000년부터 올해로 20년째 해오고 계신 것입니다. 얼마나 대단한 일인지요? 문득 입단 20주년 기념잔치 하면 직접 가서 축하해 드리고 싶군요.
특히 저는 <효자전>에 등장하는 각종 소품들의 놀라운 ‘연기력’을 눈여겨본 적이 있는데 아무리 생각하고 또 생각해봐도 저라면 100만 년이 걸려도 못 만들어낼 ‘물건’들이었지요. 남명 조식 선생의 일대기를 형상화한 마당극 <남명>의 배경 그림은, 단순하게 잘라 말하면 ‘갓’입니다. 선비를 상징하는 단 하나는 ‘갓’입니다. 복잡다기한 이야기를 상징하는 배경을 정할 때 얼마나 많이 고민하고 얼마나 깊이 사색했을지 알 듯 모를 듯합니다. 저는 한순간에 손뼉을 짝짝 쳤답니다.
그런 분이 박춘우 감독님입니다. 그런 분이기만 하면 제가 말을 안 합니다. 박춘우 감독님은 또한 극단 큰들의 배우입니다. 어디어디 등장하느냐구요? <최참판댁 경사 났네>에서는 일본군으로 나옵니다. 보신 분은 잘 알겠지요. “이치 니 산 시”라면서 등장하여 큰 웃음 한 번 주시고, “요리 보고 조리 봐도 그녀가 제일 예뻤습니다”라는 동작과 노래 대사로 또 한 번 큰 웃음 주시고, “천왕폐하께서 핵폭탄주를 원샷하시고 무조건 항복하였스무니다!”라는 장면까지 깔끔하게 마무리지어 주는 분이 박춘우 배우이십니다.
<오작교 아리랑>에서는 오골계로 나오지요. 제가 본 바로는 오골계는 원래 이명기 씨였습니다. 그는 2018년 7월에 군대를 갔고 오는 4월에 전역할 예정입니다. 태어나자마자부터 오골계였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로 천연덕스럽게 잘 연기하던 이명기 씨가 군대를 가고 나면 누가 그 배역을 대체할 수 있을까, 저는 내심 조마조마했더랬습니다. 그런데 그다음 공연장에 갔더니 (아마 창원큰들 창립 기념 공연이었던 듯한데 잘 모르겠네요) 박춘우 감독님이 오골계 연기를 하고 있는 것입니다. 아, 얼마나 웃기고 또 웃기고 또 설레던지요.
보통 공연장에 가면 배역이 없는 박춘우 무대미술감독님은 음향기기 주변에서 전체 상황을 점검하는 일을 합니다. 더운 여름날엔 왔다 갔다 하면서 모기향을 피우기도 하구요. 비가 올 듯하면 조명에 비닐 씌우는 일을 도맡아 합니다. 관객이 많을 때는 맨 앞줄에 돗자리 까는 일도 박춘우 감독님 몫입니다(아, 물론 이런 일들을 박춘우 감독님만 하시는 건 아닙니다. 큰들은 어떤 일이 생기면 누구나 아무나 무엇이든 다 함께 하는 곳이니까요).
<남명>에서는 원래 배역이 없었지요. 그러다가 오진우 배우가 개인적인 사정으로 잠시 공연장을 떠나게 되었습니다. 오진우 배우가 맡은 역은 여러 가지입니다. 그중 가장 눈길을 끄는 배역은 단연코 ‘이방’입니다. 동네 총각, 남명 문하생, 이방, 마을 사람, 의병 곽재우 등 여러 배역 가운데, 기가 막히게도 박춘우 감독님은 이방을 꿰찼습니다. ‘꿰차다’ 이런 표현은 적절하지 않습니다만, 아무튼 지난해 11월 14일 산청 한국선비문화연구원 공연 때 처음 등장한 ‘박춘우 이방’ 때문에 저는 뒤로 넘어질 뻔했습니다. 박춘우 감독님은 아마 전생에 어느 시골 관아의 이방이었음이 분명할 것입니다.
박춘우 무대감독님은 그림을 잘 그립니다. 잘 웃습니다. 아니 늘 웃습니다. 연기도 아주 잘합니다. 요리도 잘 합니다. 앞서 말한 다큐멘터리에선 요리하는 장면도 나왔지요. 도대체 못하는 것은 무엇일까 생각하게 할 정도입니다. 그런 그가 세심하고 꼼꼼한 데서도 둘째가라면 서러워한다고 하면 고개를 갸웃할 것입니다.
2019년 3월 30일 하동 화개장터에서 <역마>를 공연할 때입니다. 박춘우 감독님은 <역마>에는 배우로 등장하지 않고 오로지 무대미술감독 역할만 합니다. 무대 세트 가장자리에 조그마한 구멍이 생겼습니다. 관객에게도 배우에게도 눈에 띄지 않을 정도입니다. 송병갑 감독님의 눈에 먼저 띈 모양입니다. 뭐라고 했겠지요. 박춘우 감독님은 주변을 어슬렁어슬렁 돌아다니다가 작은 돌멩이 두어 개를 주워 와서 그 구멍을 막았습니다. 그 돌은 객석에서 보면 마치 원래 그 자리에 있던 소품으로 보입니다. 저 같았으면 그 구멍을 어떻게 할지 고민하느라 밤을 새웠을 겁니다. 하지만 박 감독님은 아주 짧은 순간 기발하면서도 완벽한 아이디어를 짜낸 것입니다. 세심하고 꼼꼼한 것과 관련한 이야기는 밤새도록 할 수도 있습니다.
2018년 5월 초파일날 사천 다솔사 갔다가 완사 큰들 들렀다가 산청 동의보감촌으로 갔습니다. 야외에서, 즉 마당판에서 공연 본 것은 이날이 처음이었습니다. 그냥 산청으로 바로 가면 될 것을 왜 다솔사 갔다가 큰들 갔다가 산청으로 갔겠습니까. 다솔사 간 건 초파일 즉 부처님 오신 날이니까 간 것이구요, 완사 큰들로 간 건 ‘건담’을 보기 위해서였습니다. 당시 완사 큰들 앞마당에는 높이 5.5m에 이르는 건담 로봇이 서 있었거든요. 그게 얼마나 보고 싶었다구요. 건담 로봇은 만화 속 주인공이지만 실존하는 로봇이었더라면 아마 꼭 그 정도 크기였을 겁니다.
건담 로봇을 만든 주인공이 바로 박춘우 미술감독님인데요. 그 전 설날 연휴 며칠 만에 뚝딱뚝딱 만들었다는데 그 정교함과 세심함이 혀를 내두르게 할 정도였습니다. 마당극 처음 보러 가는 마음을 가다듬기 위해 저는 건담을 찾은 겁니다. 건담은, 이후 2019년 10월 산청마당극마을로 옮겼으나 2020년 겨울 불어 닥친 모진 바람을 견디지 못하고 아쉽고 안타깝게도 쓰러지고 말았습니다. 저는 박춘우 감독님이 머지않아 건담을 새로 일으켜 세워줄 것으로 믿습니다. 아니면 이번엔 로봇 태권브이를 만들지도 모른다고 생각합니다.
참, 이런 것도 기억나네요. 2019년 10월 25일 산청마당극마을 개소식 때 큰들에서는 그동안 수고하신 여러분께 감사패를 드렸는데요, 그 감사패를 박춘우 감독님의 그림으로 만들었다는 것 아닙니까. 전 세계 어디를 가도 그런 감사패는 없을 겁니다. 큰들은 간혹 크고 작은 행사를 할 때 기념품 또는 선물로 박춘우 감독님 작품이 들어간 부채를 내놓기도 하는데요, 그것 받은 분은 ‘가보(家寶)’로 고이 간직하시는 게 좋을 겁니다.
박춘우 극단 큰들 무대미술감독님이자 배우께서 오는 3월 21일부터 28일까지 일주일간 일본에서 개인 작품 전시회를 엽니다. 외국에서 전시회를 여는 건 처음이라고 하는데 아쉽게도 코로나19 사태로 인하여 작가께서 직접 전시회장을 찾아가지는 못하나 봅니다. 전시 개막식을 3월 20일 오후 3시에 여는데 박춘우 작가께서는 큰들에서 온라인 화상으로 연결하여 참여할 예정이라고 하네요.
전시회에서 얻은 수익금은 이번 전시회를 초대한 히메지 로온 회관 건립 기금과 큰들 산청마당극마을 실내연습실, 공연장 등 건립기금에 보탠다고 합니다. 마음 씀씀이 하나하나가 예술이고 감동입니다.
박춘우 감독님을 초대한 히메지 로온은, 일본 효고현 남부 히메지시(市)에 있는 문화예술 감상단체라고 합니다. 히메지 로온은 창립한 지 벌써 65년이나 됐는데 그것을 기념하고 지난해 사무실 옮긴 지 1년 된 것을 기념하여 박춘우 감독님 작품 전시회를 초대했습니다.
지난해 히메지 로온이 새로 3층 건물을 사서 사무실을 옮겼을 때, 박춘우 감독님이 일주일간 일본에 머물면서 벽화 작업을 했다고 하는데요, 히메지 로온 분들이 박춘우 감독님 그림에서 묻어나는 어머니와 고향의 정서, 사랑과 베풂의 느낌, 아름답고 따뜻함의 감동 같은 것을 잊지 않으셨나 봅니다.
극단 큰들과 히메지 로온의 우정과 연대는 꽤나 오래됐습니다. 경남도민일보는 2020년 3월 16일 이렇게 보도합니다.
“이 단체와 극단 큰들은 10년 이상 교류를 이어가고 있다. 큰들이 2008년, 2010년, 2013년, 2017년 4회에 걸쳐 일본 전국 순회 마당극 공연을 할 수 있었던 것도 히메지 로온 덕분이다. 또 큰들이 진행하는 중요한 행사마다 우리나라를 직접 찾아오기도 한다. 2018년 9월에는 큰들 단원과 히메지 로온 회원이 함께 독일 프랑크푸르트 브란덴부르크 국립 오케스트라 정기공연 ‘베토벤 교향곡 9번 합창’ 연주에 합창단으로 참여하기도 했다.”
이뿐만 아닙니다. 히메지 로온 분들은 극단 큰들의 정기공연 때 펼쳐지는 ‘130명 사물놀이’에도 정기적으로 참여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시시때때로 사물놀이 강습을 받으러 찾아오기도 하고요, 지난해 10월 25일 열린 산청마당극마을 개소식 때도 여러 분이 오셔서 축하해 주셨답니다. 올해 2월 8일 정월대보름 행사 때도 몇 분이 오셔서 함께 메구를 치며 마당극마을 땅을 울려 주셨어요. 정말 다시 생각해도 멋진 인연이요 훌륭한 연대이며 단단한 우정입니다.
아무튼 ‘자연스럽고 따뜻한 느낌의 수채화’를 일본 땅에 처음 멋지게 선보이는 박춘우 극단 큰들 무대미술감독님의 첫 외국 전시가 성공적으로 잘 열리기를 진심으로 빕니다. 그의 얼굴에서 피어나는 여유로움과 다정함과 편안함이 가장 잘 드러난 작품들 앞에 일본 사람들의 발길이 자주자주 오랫동안 멈추기를 기원합니다. 지지난해 전시회 때 우리가 느낀 그 기분과 감정과 감동을 일본 사람들도 조금씩 느껴주시면 좋겠습니다.
제 스마트폰 배경화면은 박춘우 감독님의 그림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저는 날마다 작품을 만나고 있습니다. 제가 자주 가는 진주시청 앞 ‘송강식당’에도 감독님의 작품 복사꽃 그림이 걸려 있습니다. 박춘우 감독님 작품을 제가 기증했답니다.
박춘우 극단 큰들 무대미술감독님의 첫 해외 전시회 성공을 빕니다. 세속적으로 말씀드릴게요. 모든 작품이 다 팔려서 고국으로 되돌아오는 작품이 하나도 없기를 기원합니다. 돈 좀 벌어서 히메지 로온에도 기부하시고 마당극마을 꾸미는 데도 쓰시고, 그리고 감독님 술도 한 잔 사 잡수시구요. 아참, 술은 봄비 오는 어느 날 제가 사겠습니다.
어느 언론 기사에 보니 박춘우 감독님은 이번 일본 전시회와 관련하여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꽃을 사랑하는 마음이 모여 이 세상 평화의 꽃을 피웠으면 한다.”
2020. 3. 16.
시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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