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희 <林巨正(임꺽정)> (사계절, 1985)
#7일간7권의책표지=6일차
경상대학교 스타 교수님 주선태(SeonTea Joo) 교수님의 소개로 '책 표지 올리기 운동'에 동참합니다.
제 여섯 번째 책은 벽초 홍명희의 <임꺽정>입니다. 1985년에 나온 책을 1991년 10월에 사 읽었습니다. 군대 제대하고 대학 4학년 시절에 정독실에서 읽었습니다.
임꺽정은 대부분 잘 알지요. 도둑놈입니다. 의적이라고도 합니다. 도둑놈 치고는 의로운 일을 제법 한 모양입니다. 명종 시절 피폐했던 백성들의 삶을 생각해 본다면 임꺽정 같은 도둑이 나오지 않으면 그게 더 이상할 겁니다. 주인공 임꺽정 말고도 숱하게 많은 도둑들이 등장합니다. 명종의 어머니 문정왕후와 그의 남동생 윤원형의 패악질도 나옵니다. 세상에 이런 나쁜 놈이 또 있을까 싶습니다. 그런 시대와 사회를 홍명희는 세밀하게 묘사하고 자세하게 설명합니다.
임꺽정이 양반을 털고 사또를 희롱합니다. 관군이 뒤쫓습니다. 조선 최고의 토포사 들이 날랜 졸개를 데리고 산을 넘고 계곡을 뒤집니다. 그 쫓고 쫓기는 장면은 007 영화 저리가라입니다. 미션임파서블 뺨칠 정도입니다. 하도 조마조마하여 책을 놓지 못하고 밤새 읽게 됩니다. 내가 책을 덮으면 꺽정이가 붙잡힐 것 같아서입니다.
<임꺽정>은 이후 황석영의 <장길산>, 김주영의 <객주> 같은 대하역사소설에 큰 영향을 주었을 겁니다. 또한 이 소설에는 충청도 지역의 고장말이 수두룩하게 나옵니다. <임꺽정 우리말 용례사전>이 따로 출판돼 있습니다. 조선 중기의 언어와 의식, 생활감정 등이 고스란히 드러납니다. 정말 아름답고 훌륭한 소설이라고 생각합니다. 톨스토이의 <전쟁과 평화>, 헤밍웨이의 <무기여 잘 있거라>, 셰익스피어의 여러 희곡들과 견주어도 그 윗길이라고 생각합니다. 국보급입니다.
1985년에는 아홉 권으로 나와 있었는데, 지금은 열 권으로 재편집되어 나와 있습니다. 북한에서는 <청석골대장 림꺽정>이라는 한 권짜리 책이 나와 있고 우리나라에서도 출판돼 있는데 읽기를 권하지 않습니다. 문학을 이념과 권력의 도구로 만들어 버렸습니다.
벽초 홍명희는 조선 3대 천재라고 했습니다. 나머지 두 사람은, 역설적이게도 이광수와 최남선입니다. 두 사람은 나중에 변절하여 일제에 부역합니다. 홍명희는 광복 후 월북합니다. 그래서 우리나라에서는 한동안 잊혀졌던 인물입니다. <임꺽정>이 어떻게 하다가 1985년에서야 출판됐는지는 잘 모릅니다. 처음엔 해적출판처럼 나왔으나 나중에 출판사 사장이 북한에 가서 임꺽정의 아들과 출판 계약을 정식으로 맺었다고 들었습니다.
<임꺽정>은 재미있습니다. 역사 공부가 됩니다. 외국 문법에 물들지 않은 우리 고유의 문장과 낱말을 배우게 됩니다. 물론 어려운 한자말과 관명 들도 나옵니다. 무엇보다 백성은 물이요 임금은 배라는 엄연한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어지러운 시대를 만난 백성들이 왜 칼을 차고 돌멩이를 들게 되는지 그 과정을 낱낱이 들여다 볼 수 있습니다. 그런 상황은 예나 지금이나 다름이 없습니다.
우리나라 대하역사소설계의 최고봉 <임꺽정>을 권해 드립니다. 단, 책임질 수 없습니다. <임꺽정> 읽다가 밤을 새고 다음날 일자리를 찾아가지 못할 수도 있고, 밥 먹는 일을 까먹을 수도 있습니다. 읽고 싶은 분께 제가 가진 10권 짜리 책을 공짜로 빌려드릴 수도 있습니다.
저도 독서문화 확산을 위하여 다음 이어갈 한 분을 선정해야 하는데요, 그건 좀 미뤄두겠습니다. 제가 추천하고 싶은 분들을 둘러보면 대부분 벌써 이 운동에 열심히 동참하고 있어서입니다. 저를 추천하여 주신 주선태 교수님, 고맙습니다.
2020. 2. 22.
이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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