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이 사천~김포 항공 운항 횟수를 하루 2회에서 3월 29일자로 1회로 줄인단다. 사천ㆍ진주ㆍ통영 상공회의소는 이 계획을 철회하라고 기자회견을 열었다. 경남도와 진주시ㆍ사천시는 대한항공의 손실을 보전해 주기 위해 10억 원을 확보했단다. 운항 횟수를 줄이려는 대한항공과 안 된다고 주장하는 서부경남 사람들의 마음을 이해한다.
진주~대전 고속도로 개통 후 항공 수요는 크게 줄었다. 진주에서 5시간 이상 걸리던 서울을 3시간 30분이면 간다. 비록 마산~밀양으로 돌아가지만 고속철도도 다닌다. 역시 3시간 30분쯤 걸린다. 아직 먼 이야기지만, 남부내륙고속철도(서부경남KTX)가 개통하면 항공 수요는 더욱 줄어들 것이다.
항공 운항 횟수를 줄이지 말라고 하는 쪽은 항공우주산업의 육성과 발전, 지역경제 활성화와 지역균형발전, 지역민의 교통편익 등을 주장한다. 횟수 늘어나는 것과 이것들이 어떻게 연결되는지 모르겠다. 가장 그럴싸하게 내세운 주장인 교통편익도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 집→사천 공항→김포 공항→서울 시내로 이어지는 교통이 상대적으로 편리하다고 할 수 없다.
진주ㆍ사천 항공 국가산업단지가 조성돼도 항공 수요가 늘어날 것 같지 않다. 진주 혁신도시가 조성되면 항공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는 것이 증명됐다. 항공보다는 철도, 버스, 승용차가 편리해진 시대를 살고 있는 것이다. 나는 한 해에 서너 번씩 서울, 경기도로 가지만 비행기는 한 번도 타지 않는다.
항공사가 지역민의 주장을 받아들여 운항 횟수를 유지하거나 늘려주면 고맙겠다. 안 돼도 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것을 결정하는 기준은 지역주민의 기자회견이 아니라 항공사의 수익 구조여야 한다. 승객이 줄어드니 운항 횟수를 줄이려고 하는 것이고 거꾸로 승객이 자꾸 늘어나면 노선을 늘리지 말라고 통사정을 해도 늘릴 것이다. 고속도로 이용하는 사람이 늘어나니까 자꾸 도로를 만들고 버스 운행 횟수를 늘리고 프리미엄 버스 같은 것도 만드는 것과 같은 이치다.
그것보다 더 큰 문제는 항공사의 적자를 메워주기 위해 경남도ㆍ진주시ㆍ사천시가 10억 원을 준비했고 다른 지자체도 지원을 준비한다는 점이다. 나는 이에 대해서는 결단코 반대한다. 한 해에 한 번이라도 비행기를 이용하는 사람이 적자를 메워줘야지(즉 요금 인상) 10년, 20년 지나도 비행기를 한 번도 타지 않을 시민의 세금으로 민간 항공사의 적자를 ‘땜빵해 준다’는 것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 나에겐 물어보지도 않겠지만.
한 가지 더 덧붙인다. 대한항공 운항 횟수를 줄이지 말라고 기자회견에 나서는 분들은 서울 갈 때, 경기도 갈 때 무엇 타고 가는지 알고 싶다. 또한 항공 회사에 대고 기자회견을 할 것이 아니라 수도권 왕래가 잦은 사람들에게 제발 비행기 좀 타고 다니라고 권유하는 운동이라도 해보면 어떨까 싶다.
2020. 2. 11.
시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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