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을 예방하려면 손을 잘 씻고 기침할 때 소매로 막아야 한다. 기침하는 사람은 마스크를 쓰라고 한다. 마스크라는 말이 넘쳐난다. 마스크 사재기하여 돈 좀 벌려는 사람도 나온다.
마스크는 미국(영국)말이다. 영어 사전에 찾아보면 '가면, 안대'라고 나온다. 그러나 '가면, 안대'는 마스크가 아니다. 우리가 머릿속에 그리는 그 마스크가 아니다.
'입마개'라는 말이 있다. 추위를 막기 위하여 입을 가리는 물건이다. 입을 막다 보니 코도 막게 된다. 요즘 신종 코로나를 예방하기 위해 쓰고 다니는 건 입마개다.
국어사전이 재미있다. '마스크'를 찾아보면, 첫 번째 뜻으로 '얼굴을 감추거나 달리 꾸미기 위하여 나무, 종이, 흙 따위로 만들어 얼굴에 쓰는 물건. =탈.'이라고 나온다.
두 번째 뜻으로는 '병균이나 먼지 따위를 막기 위하여 입과 코를 가리는 물건'이라고 나온다. 국어사전을 따르면 입과 코를 막아 신종 코로나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는 물건이 마스크 맞다.
외국어이던 '마스크'가 외래어로 대접받다가 이젠 완전한 우리말이 된 듯하다. '입마개'라는 말을 살려 썼으면 좋겠다. '마스크'라고 하면 그것이 무엇인지 얼른 떠오르지 않지만 '입마개'라고 하면 입을 막는 모양과 느낌이 바로 다가온다.
재미있는 건 또 있다. '입마개'라는 말로 검색해 보면 '반려견 입마개 등 안전조치 안한 70대 견주 벌금 500만원', '입마개 않은 풍산개…'맹견아냐' 항변에도 벌금형' 이런 기사만 나온다.
그러니까, 사람이 쓰는 건 '마스크', 개 따위 짐승이 쓰는 건 '입마개'가 되어버렸다. 외국어를 높이고 우리말을 낮춰버리는 것 같다. 참 우스운 세상이다. 이러니까 입마개 하고 조용히 살려 해도 좀처럼 잘 안 된다.
2020. 2. 9.
시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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