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대학교 제11대 총장 선거가 시작됐다. 후보로 두 분이 나섰다. 두 분 다 공과대학 교수다. 전공 분야에서는 우리나라 최고 석학이고 인품 또한 매우 훌륭하다. 어느 분이 총장으로 되든 꽃길보다는 가시밭길을 걸어야 한다. 그만큼 대학 환경이 녹록하지 않다. 경남과학기술대학교와 통합하는 일도 만만치 않고 인구감소로 인한 문제, 12년째 등록금 동결ㆍ인하로 인한 재정 부담 등 어느 것 하나 쉬운 게 없다. 아주 훌륭하게 잘하면 칭찬을 조금 듣겠지만, 조금만 잘못하면 엄청난 비난을 감수해야 한다. 이 길을 기꺼이 가겠다고 나선 두 분께 진정으로 경의를 표한다.
경상대학교는 경남을 대표하는 거점 국립대이다. 경상대학교 총장은 장관급으로서 관선 시절에는 도지사보다 높은 대우를 받았다. 경상대학교 총장 선거는 한 대학에서 4년마다 치르는 의례적인 행사일 수만은 없다. 경상남도 전체 지역사회의 관심사이다. 정부는 광역지자체와 거점 국립대를 포함한 기업체, 연구소 들이 연합체(컨소시엄)를 구성하여 지역혁신을 이끌도록 하는 지역혁신플랫폼 사업을 추진한다. 이런 일에 경상대학교 총장은 무척 중요한 역할을 한다. 경상대학교 총장 선거에 지역사회의 관심이 더 많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는 2004년 경상대학교 입사 이후 처음 투표권을 행사하게 됐다. 처음 계약직일 때는 유권자가 아니었다. 무기 계약직일 때도 역시 투표권은 주어지지 않았다. 달라고 투쟁하지도 않았다. 투표권이 없어서 오히려 더 태연하고 편안하게 중립적으로 선거과정을 볼 수 있었다. 조교가 되었다. 원래 5년 이상 근무한 조교에게 투표권을 주었다. 이번부터 모든 조교에게도, 모든 무기 계약직에게도 투표권이 주어졌다. 소중한 한 표가 생겼다.
후보가 다섯 명쯤 되면 전문가가 아닌 이상 선거 판세를 읽기 힘들다. 후보들 간의 합종연횡도 점치기 어렵고 첫 투표서 과반 득표자가 없어 2차 투표를 하게 되면 유권자의 마음이 어디로 쏠릴지 더욱 모르게 된다. ‘선거공학’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후보자가 2명인 선거는 명확하다. 1차 투표에서 승리 아니면 패배다. 어느 후보가 당선할지는 전혀 예측할 수 없다. 그래서 긴장도가 훨씬 높아진다. 그래서 선거기간 동안 괜스레 마음이 설레는 것이다.
홍보실 직원은 당선하여 임명되는 총장을 위해 일한다. 그것이 곧 대학을 위한 일이고 우리 지역을 위한 일이기 때문이다. 하루에 한두 번씩 전자우편으로, 카카오톡으로 선거 관련 정보가 날아온다. 오는 자료는 꼼꼼하게 읽어보고 따로 저장해 둔다. 1순위 후보자가 정해지면 그분의 구호와 공약을 열심히 공부한다. 모든 머릿속 회로는 새 총장에게 맞춰진다. 홍보실이라서 그렇다. 선거 과정에서 어느 후보의 어떤 점이 좋았는지 어느 후보의 어떤 점이 좋지 않았는지 하던 기억은 하얗게 지워진다. 홍보실 직원을 ‘영혼 없는 직업’이라고들 하는 까닭이다.
2020. 2. 7.
시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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