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1일은 1919년 독립만세의거가 일어난 지 100년 되는 날이다. 온 나라 곳곳에서 무척 많은 기념행사가 열린다. 하나하나 헤아리기 어렵다. 방송에서도 특집 프로그램을 쏟아낼 모양이다. 영화도 여럿 나오나 보다. 3ㆍ1 만세의거가 우리 겨레에게 던져주는 의미가 너무나 크기 때문이다. 게다가 100돌이라고 하지 않는가.
나는 이날 아침 아파트 난간에 태극기를 걸고, 하동으로 간다. 소설 ≪토지≫의 무대 하동군 악양면 평사리 최참판댁 일원에서 3ㆍ1 만세의거 100돌을 맞아 관광객과 함께 100년 전의 만세운동을 재연하는 공연이 열리기 때문이다. 극단 큰들의 걸작 마당극 <최참판댁 경사 났네> 특별 공연이 열리는 덕분이다.
마당극 <최참판댁 경사났네>는 박경리 선생의 대하소설 ≪토지≫를 마당극으로 재구성한 작품으로 마당극 전문 극단 큰들이 공연한다. 이번 공연은 전반부 평사리의 일상에 이어 후반부는 김길상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독립운동과 일왕의 항복 선언, 그리고 해방으로 이어지는 내용을 담고 있다.
공연은 이날 오후 2시 드라마세트장의 ‘용이네 집’에서 시작된다. 이곳에 모인 큰들 단원과 관광객은 미리 준비한 대형 태극기와 만장을 앞세우고 세트장 골목길과 논밭길을 따라 최참판댁 안마당으로 향한다.
최참판댁으로 향하는 참가자들은 100년 전 주민들이 그랬듯이 손에 소형 태극기와 대한독립만세가 적힌 깃발을 흔들며 목이 터져라 독립만세를 외친다. 이 과정에서 일본군으로 분장한 큰들 단원들의 진압에도 굴하지 않고 평사리 마을 곳곳에 만세기운을 고조시킨다.
이어 최참판댁 안마당에 도착한 극단 단원들은 기미독립선언서를 낭독하고 참가자들과 함께 3ㆍ1절 노래를 합창한 뒤 마당극 후반부 광복의 감격을 온몸으로 누리는 만세를 다시 한 번 외치며 공연을 마무리한다.(하동군 보도자료 인용)
이날 오후 1시 30분쯤 최참판댁 근처에서 1919년 3월 그날의 하동 주민처럼 장도 보고 밥도 먹고 얼쩡거리며 노닐다가 짐짓 전혀 몰랐다는 듯 만세 운동 대열에 참가하고 싶다. 어디에선가 꽹과리 소리, 만세 소리, 웅성거리는 소리 들리면 화들짝 놀란 듯 달려가 보고 싶다. 목 터져라 “대한 독립 만세”를 외치며 태극기 휘날려 보고 싶다. 총칼 들고 달려와 진압하려는 일본군의 턱에 종주먹을 날리면서 신나게 달려보고 싶다. 그렇게 하루를 보내고서는 곧장 집으로 돌아와 그 감동을 몇 자 적어보고 싶다.
느린 동네 하동으로 가는 길에서, 하동 최참판댁 마을에서, 돌아오는 새 길에서 하얗게 피어나는 봄꽃들을 만나고 싶다. 현기증 일듯 번져가는 아지랑이 속에 잠시 서서 100년 전의 그날을 느껴보고 싶다. 환하게 웃는 큰들 배우들 얼굴 떠올리며 아무도 몰래 혼자 빙그레 웃어보고 싶다. 3월 1일이 기다려지는 까닭이다.
2019. 2. 26.
이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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