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 안 쓰기 운동’이 사회적으로 퍼져나가고 있다. 음료수 마실 때 쓰는 빨대를 만드는 재료는 플라스틱이었다. 생수병, 음료수병도 플라스틱이다. 지금 서 있는 곳에서, 지금 앉아 있는 곳에서 눈을 돌렸을 때 수십, 수백 가지 플라스틱 제품을 볼 수 있을 것이다. 플라스틱은 우리 삶을 지배하고 있다. 플라스틱이 없으면 삶을 이어나갈 수 없을 지경이다.
플라스틱을 하도 많이 쓰다 보니 문제가 아주 심각하다. 얼마나 심각한지 하나하나 말할 수 없을 정도이다. 간단히 말하면 이대로 가다가는 우리 후손들은 플라스틱 산더미 속에 집 짓고 살아야 할 판이다. 한번 쓰고 버린 플라스틱은 거의 영원히 썩지 않고 남아 있기 때문이다. 아기 북극곰 두 마리가 플라스틱을 물어뜯는 장면이 언론에 보도돼 전 세계적으로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플라스틱 물병을 물고 있는 곰도 등장했다.
플라스틱(plastic)은 간단한 유기 화합물을 많이 결합하여 만든 고분자 화합물로 열이나 압력을 가하여 어떤 형태를 만들 수 있는 인공 재료 또는 이러한 재료를 사용하여 만든 물건을 말한다. ‘합성 수지’라고도 한다.
‘플라스틱 프리 챌린지’라는 말이 있다. 플라스틱 프리 챌린지는 플라스틱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 세계자연기금(WWF)과 제주패스가 공동 기획해 지난해 11월부터 시작됐다고 한다. 일회용컵 대신 텀블러 사진과 챌린지 내용을 누리소통망(SNS)에 올리면 제주도 환경보전활동기금 1000원이 적립된다고 한다.
이 운동에 사회지도층 인사들과 유통업계가 앞 다투어 나서고 있다. 얼른 검색해 보니 경상남도의회 의장, 경상남도교육감, 경남은행장, 진주시장, 창원시장, 통영시장, 함안군수 들의 이름이 보인다. 아주 잘하는 일이다. 이들은 플라스틱이 아닌, 다른 재질로 만든 물병을 든 사진을 올려놓고 ‘플라스틱 프리 챌린지’에 동참한다고 선언했다.
우리 미래 세대를 위한 움직임에 크게 손뼉 쳐준다. 일회용 제품을 안 쓰거나 줄임으로써 깨끗한 환경을 물려주자는 깨달음이 널리 번져나가고 있다. 비닐이나 플라스틱으로 만든 일회용 제품만 크게 줄여도 환경이 훨씬 깨끗해질 것으로 기대한다.
나는 여기서 한 가지 더 생각한다. 플라스틱 일회용 물건을 안 씀으로써 깨끗한 환경을 아들 딸들에게 물려주려는 생각을 하면서, 왜 깨끗하고 아름다운 우리말과 글을 후손들에게 물려줄 생각을 하지 않는가.
‘플라스틱’이라는 말은 다른 말로 바꾸기 어려워 보인다. 굳이 말하자면 ‘합성 수지’라고 해도 되겠다. 이 말도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그런데 이 플라스틱 줄이기 운동을 ‘프리 챌린지’라고 할 건 뭔가. 전 세계적으로 이런 운동을 한다고 하여 그 운동 이름까지 갖다 쓸 건 뭔가.
그냥 ‘플라스틱 안 쓰기 운동’, ‘플라스틱 줄이기 운동’이라고 하면 좀 좋은가? ‘합성 수지 안 쓰기 운동’, ‘합성 수지 줄여쓰기 운동’이라고 하든지. ‘플라스틱 프리 챌린지’라고 하면 아는 사람은 알아듣겠지만 이 일에 관심이 없거나 적은 사람은 무슨 말인지 잘 못 알아들을 것이다. 그렇지만 ‘플라스틱 안 쓰기 운동’, ‘플라스틱 줄이기 운동’이라고 하면 길 가던 장삼이사도 알아듣고 팔순 앞둔 우리 어머니도 대번에 알아들을 것이다.
나와 생각이 같아서인지 우연인지 모르겠지만 똑같은 운동을 하면서 ‘플라스틱 안 쓰기 운동’이라고 하는 사람도 많이 있다. ‘11번가’라는 유통업체는 ‘플라스틱 빨대 안쓰기’ 운동을 한단다. 천주교 전주교구도 ‘플라스틱 안 쓰기’ 운동을 선언했다고 한다. 엔제리너스커피도 서울시와 함께 ‘1회용 플라스틱 안 쓰기 운동’에 참여한다고 밝혔다. 운동을 하는 사람은 ‘프리 챌린지’라고 했는데도 ‘안 쓰기 운동’으로 바꿔 쓴 언론사도 많다.
플라스틱 없는 깨끗한 환경을 후손들에게 물려줘야 한다. 아름답고 쉽고 깨끗한 우리말과 글을 후손들에게 물여주어야 한다. 말과 글도 환경이다. 공기와 같고 물과 같다.
2019. 2. 11.
이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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