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페이’라는 게 있다.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을 지원하기 위해 만든 수수료 없는 결제 서비스라고 한다. 맨 처음 서울시가 시작했다. 소비자가 본인 스마트폰에 민간사업자의 간편결제 응용 프로그램(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한 뒤 매장에 비치된 제로페이 정보무늬(QR코드)를 찍으면 결제된다. 정부 차원에서도 도입을 지원한다고 한다. 반가운 일이다.
창원시도 이 제도를 도입했다. 허성무 창원시장이 1월 10일 창원시 용호동에 있는 제과점과 커피전문점에서 직접 제로페이를 이용해 빵과 커피를 샀다고 한다. 시장이 직접 홍보에 나섰다. 잘한 일이다. 창원시내 제로페이 참여 민간사업자는 네이버ㆍ페이코 등 전자금융업자 9곳과 농협ㆍ경남은행 등 금융회사 20곳 등 모두 29곳이라고 한다. 진주에서도 이런 제도를 도입하면 좋겠다.
‘제로페이’(Zero Pay)라는 말을 무엇이라고 할까 생각해 본다. 제로는 ‘없다’, ‘0’이다. 페이는 ‘보수’, ‘급료’, ‘봉급’, ‘치르다’이다. 여기서는 ‘수수료’이겠다. ‘수수료 없는 결제’이다. 이 말을 좀더 짧고 쉽게 표현할 방법이 없을까. 어쩌면 아직은 새 말(신어)인 이 말이 더 널리 퍼지기 전에 맞춤한 우리말을 만들어주면 좋겠다. 내 힘으로는 무리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신문을 넘기다가 참 놀랄 만한 사진을 발견했다. 1월 11일치 신문 가운데 창원시내에서 제로페이에 가입한 업체의 응용프로그램 보람(로고)을 모아서 보도한 게 있다. 자세히 보니 31개이다. 이 가운데 한글로 된 것은 7개이고 나머지 24개는 죄다 영어다.
한글로 된 것은 ‘빽다방’, ‘홍콩반점’, ‘제주몬트락’, ‘본죽&비빔밥’, ‘큰망할매순대국’, ‘커피에 반하다’, ‘그램그램’이다. 영어로 만들어 놓은 것은 일일이 옮겨 적기 싫다. 귀찮기도 하고 좋아 보이지 않아서이기도 해서다. 31개 업체 가운데 한글 이름이 22.6%나 있어서 반갑고 고맙다.
우리 주변을 둘러 보면 외국어로 된 가게 간판이 참 많다. 여기가 미국인지 우리나라인지 모를 지경이다. 국제화 수준이 높아졌다고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거리를 쏘다니는 외국인에게 편리함을 제공했다고 할지도 모르겠다. 그 거리에 하루 종일 서서 세어보면 한국 사람이 많이 지나다니겠는지 외국 사람이 많이 지나다니겠는지 물어보고 싶다.
제로페이라는 것을 생각하다가 여기까지 왔다. 갈 길이 아주 멀구나 느낀다. 그렇다고 멈추거나 되돌아갈 수는 없다.
2019. 1. 11.
시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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