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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과 글을 보는 내 눈

키맨

by 이우기, yiwoogi 2018. 10. 29.


 

사법농단 키맨임종헌 구속..양승태도 소환 초읽기(엠비엔 1028)

 

이 제목 밑에 달린 기사는 이렇다.

 

사법농단의 핵심인물로 꼽히는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결국 구속됐습니다. 이제, 윗선을 향한 검찰 수사가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소환도 초읽기에 들어갔습니다.”

 

기사를 쓰는 기자는 핵심인물이라고 했는데 제목을 다는 기자가 키맨이라고 붙였다. 제목을 다는 편집기자는 아무래도 미국이나 영국에서 배우고 돌아온 사람 같다. 아니면 자기 언론사 보도를 미국이나 영국 사람에게 먼저 보여주고픈 사람 같다. 실제 그럴 리 없겠지.

 

 키맨이라는 말을 들으면 무엇이 생각나는가. ‘핵심인물’, ‘주요인물’, ‘중심인물’, ‘요인이런 뜻이 생각나는가.

 

나는 그냥 열쇠를 든 사람이 먼저 생각난다. 열쇠 꾸러미를 들고 이 사무실, 저 사무실 다니며 문단속하는 사람이 먼저 떠오른다. 다음 생각나는 건 어릴 적 자다가 이불에 오줌을 눈 뒤 이웃에 소금 얻으러 다니는 개구쟁이가 생각난다. ‘를 둘러쓴 사내아이 말이다.

 

키 맨이라는 말을 들머리 사이트 다음의 한국어 사전에서 찾아보면 이렇게 나온다. 여기서는 두 낱말이다.

 

기업과 같은 조직에서 문제 해결이나 의사 결정을 할 때, 핵심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 수준의 힘을 가진 사람

 

그러니까 핵심인물아닌가.

 

요 며칠 사이 언론 기사에서 키맨을 검색하면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을 가리키는 기사가 거의 전부다. 혹시 이 사람은 열쇠를 들고 다니며 이 사무실, 저 사무실 뒤져가며 사법 농단의 핵심 역할을 했는지도 모르겠다. 이제 교도소에 갇혀 화장실도 제때 못 가다가 바지에 쉬한 뒤 키를 뒤집어쓰고 소금 얻으러 다닐게 될지도 모르겠고.

 

국립국어원에서는 키맨중추인물로 다듬으라고 한다. ‘키워드열쇳말또는 핵심어라고 바꾸듯이 키맨핵심인물, 중추인물로 바꿨으면 한다. 어디에선가 키 플레이어라는 말도 봤는데(경향신문 1026) ‘핵심 선수’, ‘주요 선수라고 하면 좋겠다.

 

2018. 10. 29.

시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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