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우리말과 글을 보는 내 눈

히든 홈리스

by 이우기, yiwoogi 2018. 10. 25.




[취약계층·고령자 주거대책] 숨은 ‘홈리스’ 직접 찾아 지원…주거 복지망 촘촘하게 보강


10월 25일 아침 <경향신문>에서 본 기사 제목이다. 국토교통부 장관이 한국토지주택공사 사장과 서울 동대문구에 위치한 공공임대주택을 방문해 20년 쪽방살이에서 벗어났다는 한 여성 거주자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모습의 사진도 실렸다. 


신문은 “국토교통부가 24일 제3차 주거복지협의체에서 발표한 ‘취약계층·고령자 주거지원 방안’은 지난해 11월 나온 ‘주거복지 로드맵’의 후속조치다.”라고 보도하며 “이번 방안은 아파트나 단독주택 등 주택이 아닌 고시원·숙박업소·판잣집·비닐하우스 등 주택 이외 거처에 거주하는 취약계층, 이른바 히든홈리스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했다.


‘로드맵’은 ‘일정표’, ‘계획표’이다. ‘로드맵’이라는 말이 국토교통부 발표 자료에 있었다면 그 부서 공무원들이 반성해야 할 일이다. 신문기자가 지어낸 말이라면 신문기자 교육을 다시 해야 할 일이다. 누구나 쓰는 말인데 뭘 이런 것까지 따지냐고 하지 말자.


‘히든홈리스’라는 말은 또 무엇인지. ‘히든’은 ‘숨은’이라는 말이고 ‘홈리스’는 ‘집 없는 사람’이라는 말이다. 집 없는 사람이 어디 숨어 산다는 말인가. 뭐가 부끄러워 숨는다는 말인가. 참 말을 지어내도 한심하게 지어낸다. 그동안 행정이나 정책의 혜택을 받지 못한 사람들을 찾아서 도와준다는 뜻인데, 그 말을 보면 그런 마음이 읽히지 않는다. 역시 국토교통부 발표자료에 이 말이 있었다면 그 부서 공무원들이 크게 반성할 일이고, 신문기자가 지어낸 말이라면 기자 교육 다시 해야 할 일이다.


집 없는 사람들, 집 없이 노숙하는 사람들, 집 없이 고생하는 사람들, 알려지지 않은 집 없는 사람들, 알지 못하는 집 없는 사람들, 사각지대에 놓인 집 없는 사람들, 눈에 띄지 않은 집 없는 사람들을 가리키는 적당한 말은 없을까. 집 없는 사람들은 지하철이나 역구내 또는 길거리에서 잠을 자기도 하고 이 기사에서 말하듯 고시원ㆍ숙박업소ㆍ판잣집ㆍ비닐하우스에서 웅크리고 잘 것이다. 


이런 사람을 뭉뚱그려 가리키는 말이 있을까. ‘노숙인(노숙자)’이라고 해도 되겠고 ‘무주택자’라고 해도 되겠다. 느낌은 조금씩 다른 것 같다. 그냥 ‘집 없는 사람’이 가장 알맞겠다. 


2018. 10. 25.

시윤

'우리말과 글을 보는 내 눈' 카테고리의 다른 글

키맨  (0) 2018.10.29
vs  (0) 2018.10.26
방송 출연  (0) 2018.10.24
한글날  (0) 2018.10.09
콘퍼런스? 컨퍼런스? 학술대회, 학술회의  (0) 2018.08.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