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퍼런스’라는 말을 쓴다. 영어로는 ‘conference’라고 쓴다. ‘컨퍼런스’라는 말도 쓴다. 영어로는 같은 말일 것이다. ‘콘’과 ‘컨’이 나왔다. 이 말은 같은가, 다른다. 같은 말이라면 어느 것이 맞을까.
들머리사이트 ‘다음’이나 ‘네이버’에서 검색해 보면 둘 다 많이 나온다. 그러면 둘 다 외래어표기법에 맞는가. 아니다. ‘콘퍼런스’가 맞다. 그런데도 ‘컨퍼런스’라고 많이들 쓴다. 잘못 알고 있는 것이다.
경상남도교육청이 8월 6일부터 8일까지 창원컨벤션센터에서 ‘국제수학교육컨퍼런스’를 열고 있다. 이와 관련한 보도자료와 행사 포스터, 행사장 곳곳에 ‘컨퍼런스’라고 썼다.
경남지역에서 발행되는 ‘거의 모든’ 신문들이 ‘컨퍼런스’라고 받아 썼다. ‘거의 모든’이라고 한 건 이 기사를 아예 다루지 않은 신문이 있고 또 ‘콘퍼런스’로 바꿔 쓴 신문이 있기 때문이다. ‘콘퍼런스’라고 바꿔 쓴 신문은 <경남도민일보>이다. 이 신문은 다른 면에 나오는 다른 기사에서도 ‘콘퍼런스’라고 썼다. 확실하게 알고 고쳐 썼다는 뜻이다.
국립국어원 누리집에서 ‘컨퍼런스’를 찾으면 자동으로 ‘콘퍼런스’로 연결된다. 들머리사이트 ‘다음’에서 찾으면 뜻을 설명한 뒤 “규범 표기는 ‘콘퍼런스’이다.”라고 나온다. 한국교열기자회에서 펴낸 <외래어 표기 용례ㆍ순화집>에도 ‘콘퍼런스’라고 나온다. 조금만 찾아보면 바로 알 수 있다는 뜻이다.
어떤 이는 이렇게 말할 것이다. “‘콘퍼런스’나 ‘컨퍼런스’나 뜻만 통하면 되는 것이다. 그런 미세한 차이 갖고 시비 걸지 말라.”고. 또 어떤 이는 말할 것이다. “다들 ‘컨퍼런스’로 쓰기 때문에 ‘컨’이 맞는 줄 알았다.”라고. 또 어떤 이는 말할 것이다. “‘컨퍼런스’로 많이 쓰니 표기법을 바꿔야 한다.”라고. 또 어떤 이는 말할 것이다. “영어는 ‘o’ 발음이 ‘아’도 되고 ‘어’도 되고 ‘오’도 되고 때에 따라 ‘우’도 되니 헷갈린다.”라고.
나는 말하고 싶다. “‘콘퍼런스’, ‘컨퍼런스’ 헷갈리므로 그냥 ‘학술대회’, ‘학술회의’라고 쓰면 된다.”라고. 또 나는 말하고 싶다. “굳이 외래어를 써야 한다면, 적어도 교육청이나 언론사라면 현재 표기법에 맞게 써야 한다.”라고. 한가지 더 덧붙여 주고 싶다. “우리말, 우리글에서는 ‘오로지’ 할 때 ‘ㅗ’가 영어처럼 ‘어’도 되고 ‘오’도 되고 ‘우’도 되는 일은 절대 없다.”고.
이런 것을 찾아보고 견줘보고 확인해고 따져보고, 그러고 나서 이렇게 글을 쓸 만큼 한가한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아침 신문을 펼치자마자 이 말이 눈에 띄었는데 한마디하지 않고는 도무지 넘어갈 수 없어서 여기에 몇 자 적어 놓는다.
2018. 8. 7.
시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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