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태극기를 달았다. 여느 국경일과 느낌이 달랐다.
한글은 우리말을 오롯이 적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세계 어느 말도 담을 수 있는 그릇이다.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문자라는 찬사를 듣는다. 한글날을 앞뒤로 거의 모든 신문, 방송이 특별 기사를 쏟아낸다. 자랑스럽다는 뜻이다.
한글날만 지나면 태도가 달라진다. 본심을 드러낸다. 중국, 일본에 이어 요즘은 미국말과 글 섬기기에 바쁘다. 우리말과 글을 비트는 일도 서슴지 않는다. 문화민족이란 말이 무색하다. 과연 우리 겨레에게 우리말과 글이 있었던지 의심스럽다.
국어기본법이 있다. '국어 사용을 촉진하고 국어의 발전과 보전의 기반을 마련하여 국민의 창조적 사고력의 증진을 도모함으로써 국민의 문화적 삶의 질을 향상하고 민족문화의 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제정했다.
이 법에서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변화하는 언어 사용 환경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고, 국민의 국어능력 향상과 지역어 보전 등 국어의 발전과 보전을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고 돼 있다.
무조건 순우리말만 쓰자고 고집하는 건 아니다. 미국말, 일본말을 모두 몰아내자고 주장하지도 않는다. '변화하는 언어 사용 환경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고 '국어의 발전과 보전을 위하여 노력'하자고 했다. 이게 그렇게 어려운가.
한글날이다. 국어기본법을 모두 한 번이라도 읽어보길 바란다. 지키지 않아도 벌금 안 내고 아무도 뭐라고 하지 않는 법이지만, 법은 법이다. 한글날이라고 제호를 한글로 하루 바꿔주는 '동아일보', MBC 대신 '문화방송'이라고 화면에 써주는 방송국도 고맙지만, 국어기본법 한 번 읽어주는 국민이 더 고맙겠다.
2018. 10. 9.
시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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