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 <한겨레신문> ‘책과 세상’을 보다가 깜짝 놀랐다. <열흘간 대작 읽기, 1권만 버텨낸다면 ‘그뤠잇’>이라는 제목이 눈알을 파고들었다. ‘그뤠잇’ 이게 무슨 말이지? 잠시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바빠서 그냥 넘어갔다.
오후엔 다른 기사를 읽다가 또 ‘그뤠잇’이라는 말을 만났다. 작정하고 검색해 보니, 언론 기사 제목에 이 말은 아주 많이 쓰이고 있었다. 나만 모르고 있었던 것일까. 대부분 사람들은 이 글을 바로 알아볼까. 그 뜻도 잘 알까.
-김재환 ‘득점 그뤠잇’(스포츠동아)
-‘김생민의 영수증’ 정규 편성해야 ‘그뤠잇’(머니투데이)
-한예슬, ‘미모 그뤠잇’(한국경제)
-“그뤠잇 미모”…‘고백부부’ 한보름, 레트로 캠퍼스룩 매력 팡팡(스포츠조선)
-‘냉장고 파먹기’ 할 때 그뤠잇!…‘밥타임 앱’으로 하세요!(뉴스1)
‘그뤠잇’은 영어 ‘great’를 우리말로 쓴 것이라고 한다. ‘훌륭해’라는 뜻이라고 한다. ‘great’가 언제부터 ‘그뤠잇’이 되었나. 원래 ‘great’를 한글로 적자면 ‘그레이트’라고 써야 하는 것 아닌가. 왜 ‘그뤠잇’이라고 하는 듣도 보도 못한 괴상망측한 말을 만들어 내었을까. 참 이해하기 어렵다.
말장난하기 좋아하는 사람들이 ‘그뤠잇’이라는 말을 지어내었다고 하자. 상대적으로 젊은 사람들이 이런 재기발랄한 걸 잘 지어내겠지. 그건 자유다. 나쁜 것도 아니다. 그렇다고 언론 보도 기사 제목에다 이 말을 갖다 붙이는 건 좀 아니잖은가.
꼭 ‘great’라는 말을 쓰고 싶으면 정확한 외래어 표기법에 맞게 ‘그레이트’라고 하여야 한다. 그보다 먼저 ‘훌륭해’, ‘대단해’, ‘멋져’, ‘굉장해’와 같은 우리말을 쓸 생각을 해야 하지 않을까. 스스로 언론이라고 생각한다면 말이다. 참 이해하기 어려운 이런 일을 두고 한참 동안 생각에 빠진다. 그리고 결론은, 참 씁쓸하다. 한심하다. 바보 같다. 어디까지 갈지 두고보자.
2017. 9.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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