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새 축구 중계를 볼 만큼 큰 관심은 없다. 그럴 만한 체력도 없다. 국가대표니 월드컵이니 하는 것보다, 일반 국민이 일상생활에서 꾸준히 운동을 하여 체력을 키우고 건강을 유지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본다. 그럴 시간과 시설, 경제력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늘 생각해 왔다. 우리나라 선수 고작 1명이 뛰는 경기를 지상파 공영방송에서 서너 시간씩 보여주는 미국 메이저리그 중계도 도무지 이해하기 어렵다.
그렇지만 4년에 한번 열리는 월드컵에 9회 연속 본선에 진출(통산 10번째)하느냐 못하느냐 하는 건 궁금했다. 아시아 나라로서는 큰 기록 아닌가. 전 세계적으로도 몇 나라 없다. 아침 5시 50분 눈 뜨자마자 확인했다. 우즈베키스탄과 싸워 0-0 무승부이긴 했지만 이란이 시리아와 2-2 비기는 바람에 조 2위로 본선 진출을 확정했다고 한다. 골을 넣었으면 새벽 공기가 떠들썩했을 텐데.
팬들의 반응을 보기 위해 페이스북을 켰다. 많은 사람이 실시간으로 불만을 올려놓고 있었다. 분위기를 알 만했다. 그러던 중 사진 한장이 눈에 띄었다. 선수들이 신태용 감독을 헹가래치고 있다. 감독은 기쁨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 좀 많이 의아했다. 9회 연속 월드컵 본선에 진출하게 된 건 분명 자축할 일이다. 4승 3무 3패라는 전적이지만. 비록 이란이 비겨준 덕분에 어부지리로 본선에 합류하게 된 것이지만.
신태용 감독은 최종 예선 2경기를 남겨놓은 7월 4일 국가대표 감독을 맡았다. 위기에 처한 팀을 넘겨받아 두 경기 모두 무승부로 방어한 건 잘한 것일 수도 있다. 한골도 못 넣었지만 한골도 내주지 않았으니 잘한 것 아닌가. 맞다. 어쨌든 본선행 티켓을 얻었다. 마음고생 몸고생 다해 가며 수고한 선수들과 감독에게 위로와 축하의 박수를 보내고 싶다.
하지만 그렇게 대놓고 잔칫집 분위기를 연출할 건 아니지 않았을까. 표정관리를 해야 하지 않았나. 마치 대승을 거둔 듯 헹가래를 치고 기쁨에 넘치는 표정으로 기자회견을 할 것까지는 아니지 않았을까. 이런 상황에서는 좀 자숙하고 긴장하는 게 더 어울릴 듯하다. “본선 진출 ‘당한’ 월드컵”이라고 제목을 단 언론이 있다. 결과도 중요하지만 경기 내용도 중요하다는 뜻 아닐까.
그다지 큰 관심도 없으면서, 밤새 응원을 하지도 않은 사람이 주제넘게 한마디 끼어들어 보았다. 양은냄비 죽 끓듯 하는 언론 보도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지만, 아무튼 국가대표와 감독은 좀 자중자애했으면 한다.
2017. 9.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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