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 1시간 걸렸다.
사무실을 나서 걸음을 옮겼다.
복잡한 머릿속을 좀 비워보자는 심산이었다.
남명학관 옆을 타고 가좌산으로 올랐다.
햇살은 따사로웠고 바람은 잠잠했다.
이따금 운동삼아 산을 오르는 사람이 보였다.
도토리를 줍는 사람, 긴의자에 앉아 김밥을 먹는 사람도 보였다.
기왕 나선 김에 운동도 되라고 좀 빠른 걸음을 걸었다.
등에 땀이 나는 듯 간지러워졌다.
꽃도 찍고 억새도 찍고 스스로도 찍었다.
오늘을 기억하기 위해서이다.
꼭대기를 지나 공과대학 뒤를 거쳐 수의과대학으로 돌아오는 길, '경상대둘레길'은 참 좋다.
흙은 폭신폭신하고 나무들은 각양각색으로 정신을 맑게 해 준다.
가을가을한 풀들과 나무와 꽃들과 인사 나누며 걷는 나는 나그네이기도 하고 정신병자이기도 하고 철학자이기도 하다.
다시 교정으로 내려서서 은행도 찍고 장미도 찍었다.
사무실 들어와 컴퓨터 켜니 쓰다 만 글들이 나를 빤히 바라본다.
‘너만 쉬고 오면 어떡하느냐’ 하는 눈길이다.
미안하다.
이제 마무리짓자.
글이라는 것과 싸우는 게 이젠 좀 지겹다.
2017. 9.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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