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언론들이 ‘박근혜 전 대통령 구속’이라고 보도한다. 3월 10일 헌법재판소에서 파면 결정한 직후부터 ‘전’(前) 대통령이 되었다고 강조한다. 심지어 3월 10일 11시 21분이라는 시각까지 정확하게 알려준다.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예우 따위를 친절하게 알려주기도 했다. 그래서 헌정 사상 세 번째 전 대통령 구속이라고 보도한다. 전두환, 노태우에 이어 세 번째라는 것이다. 나는 이에 대하여 이의를 제기한다.
짧은 법 지식을 동원해 본다. 현직 대통령은 몇 가지 사유를 제외하고는 형사소추를 당하지 않는다. 몇 가지 사유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이다. 이런 경우는 대단히 중대한 범죄이므로 그 적용에서도 어떤 예외도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충분히 이해된다. 그 이외의 범죄를 저질렀을 경우 현직 대통령을 수사하고, 구속하고, 기소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대통령으로서, 국가 공무원으로서 저질러서는 안 되는 명백한 죄가 있으면 어떻게 할 것인가. 뇌물죄, 국가기밀누설죄, 직권남용죄 등 13가지나 되는 중대한 범죄를 저질러 국민의 신망을 잃고 나라를 어지럽게 하며 국제사회의 조롱거리가 되고 있는 대통령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 잡아 가둬야 하는 게 당연하고 마땅하다. 하지만 현직이라….
그래서 현직 대통령일지라도, 내란이나 외환의 범죄를 저지르지 않았다 하더라고 명백한 형사적 범죄를 저질러 더 이상 그 직을 유지하게 할 수 없는 경우 국회에서 대통령 탄핵을 발의하여 가결시키고 헌법재판소에서 이를 인용하게 하는 절차를 두고 있다. 그렇다면 국회의 탄핵, 헌법재판소의 판결로 이어지는 절차는 현직 대통령에 대한 ‘처벌’의 과정으로 봐야 한다. 결국 박근혜 대통령의 구속은 ‘현직’ 대통령 첫 구속이라고 보는 게 맞다.
군사반란 수괴 전두환ㆍ노태우처럼, 어쨌든 대통령 임기를 마치고 다음 대통령이 선출된 뒤 과거의 어떤 범죄를 수사하여 구속하게 된다면 그것은 ‘전직’ 대통령 구속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재임 중에 저지른 범죄 때문에 국민으로부터 하야 또는 파면 요구를 받고, 이를 대의하는 국회로부터 탄핵되었으며, 그 연장선상에서 이루어지는 헌법재판소의 판결로 파면된 대통령이라면, 사실상 현직 대통령에 대한 처벌 과정(법적 절차)이라고 봐야 한다.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따라서 박근혜는 우리나라 헌정 사상 현직 대통령으로서 처음 구속된 사람이다.
2017. 3.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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