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최저임금이 시간당 7530원으로 결정됐다고 한다. 2017년보다 1060원 올랐다. 최저임금제도가 시행된 1988년 이래 액수로는 역대 최대 폭이다. 비율로는 세 번째다(1991년 18.8%, 2001년 16.6%). 2008년 이후 9년 만에 처음으로 노사위원 요구안 중에서 임금 수준이 결정됐다. 인상된 최저임금의 혜택을 보는 노동자는 463만 명에 달한다. 월 소정근로시간(유급휴일 포함) 209시간을 곱한 월급 환산액은 올해보다 22만 1540원 오른 157만 3770원이라고 한다. 이는 세금과 4대보험 등을 공제하기 전의 금액일 것이다. 실수령액은 130만 원 남짓 되지 않을까 싶다. 아무튼 2020년 최저임금 1만 원을 달성하기 위한 의미 있는 진전이라고 본다.
이 소식을 전하는 언론 보도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게 있다. 노동계와 경영계의 반응이다. 당장 최저임금 1만 원을 요구해온 노동계는 아쉽다고 하면서도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노동계는 “이 정도 금액으로는 여전히 많은 노동자들이 생존을 위해 허덕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노동계의 반응이 아주 미약하나마 예년에 비해 누그러졌음을 느낄 수 있다. 경총은 “지불능력이 열악한 중소ㆍ영세 기업에서는 과도한 최저임금 인상을 감당하지 못하게 된다.”고 말했다고 한다.
둘 다 예상한 반응이지만, 늘 경총의 반응은 이해하기 어렵다. 경총이 무엇인가. 한국경영자총협회의 줄임말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무엇인가. 1970년 7월 15일 한국경영자협의회라는 이름으로 설립되어 1974년 6월 3일에는 국제사용자기구(IOE) 회원으로 가입했다. 스스로 ‘노사 간 협력체제의 확립과 기업경영의 합리화, 합리적인 노사관계 정립, 산업평화 정착과 경제발전’을 설립 목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이런 멋진 수사는 그저 내세운 목적일 뿐이다. 경총을 사용자만을 위한 단체, 대기업을 위한 단체, 기업의 이해관계를 정부에 요구하는 단체 들로 보통 받아들이고 있다. 1971년에는 경영계 최초로 임금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1990년 3월 ‘무노동 무임금 원칙’을 발표했으며, 1997년에는 ‘노동법’ 개정 관련 노동계 총파업에 대응하기 위한 특별대책반을 편성해 운영하기도 했다고 한다.
민주정부 시절이던 2000년대 이후에는 기존의 노사문제 대응 활동과 함께 노동력 개발, 일자리 만들기, 기업안전 등으로 활동영역을 확대했다. 2002년 산업기술인력 아웃플레이스먼트센터(KEFTOC)를, 2003년 기업안전보건위원회를 설립했고, 2004년에는 일자리 만들기 사회협약(안)을 체결했는가 하면 2005년에는 노사공동 재취업 센터를 설립하기도 했다. 2012년 노무법률 상담센터를 개설하고 2013년에는 고용률 70% 달성을 위한 노사정 일자리 협약을 체결했다.(이러한 활동이 구체적으로 어떤 성과를 내었을까 찾아봐야겠다) (한국민족문화대박과사전 참조)
현재 경총 회장은 박병원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이다. 좀더 중요한 부회장 면면을 본다. 농심 신춘호 회장, 코오롱 이웅열 회장, 한화 김승연 회장, 종근당 이장한 회장, 전 삼부토건 조남욱 회장, 삼성생명 이수빈 회장, GS칼텍스 허동수 상임고문, 한진 조양호 회장, 금호아시아나 박삼구 회장, 삼양사 김윤 회장, 삼익THK 심갑보 상임고문, 두산중공업 정지택 부회장, ㈜LG 구본준 부회장, 현대자종차 윤여철 부회장, 전방 조규옥 회장, 포스코 권오준 회장, KT 황창규 회장, 현대중공업 권오갑 부회장, SK이노베이션 김영태 고문 들이다.
이들의 면면을 보면, 경총이 중소ㆍ영세 기업의 어려움을 들먹이며 최저임금 결정을 비판하는 건 좀 어색하다. 앞뒤가 맞지 않다. 정말 중소ㆍ영세 기업의 입장을 이해하고 어려움을 피부로 느끼며 그 해결을 위하여 노력하고 싶다면 무엇부터 해야할까. 흔히 말하는 갑질부터 없애야 한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납품단가 후려치기’를 해온 현대위아를 검찰에 고발했다는 뉴스를 본 게 6월 말이다. 폭언과 갑질로 논란을 빚은 종근당 이장한 회장은 현재 경찰의 수사를 받고 있다. 재벌개혁이라는 말은 정부가 바뀔 때마다 나오는 말이다. 경총 소속 기업들은 이런 말로부터 얼마나 자유로운가. 그들이 정말 ‘공정한 거래’가 우리 사회에 뿌리내리는 데 조금이라도 기여해 왔더라면, 그동안 우리 사회는 최저임금 1만 원도 너끈히 견뎌낼 수 있을 만큼 토대를 탄탄히 다져오지 않았을까. 우리 사회에 갑과 을이라는 철옹성 권력을 만들어 고착화해온 장본인들이 최저임금 시간당 1060원 오른 것을 두고 마치 평소 영세ㆍ중소 기업들을 위해 노력해온 것처럼 호들갑 떠는 모습은 눈꼴 사나워 참기 힘들다.
2017. 7. 17.
사진은 동아일보 카드뉴스에서 받아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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