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우리말 우리글과 관련하여 쓴 글의 목록을 만들어 보았습니다. 아흔 마리입니다. 어지간히도 할 말이 많았나 봅니다. 어떤 것은 이백 자 원고지 두세 장 짜리이고 어떤 것은 스무 장을 넘는 것도 있습니다. 우리말 속에 들어 있는 외국말을 가려내어 비판하는 것도 있고, 요즘 새로 만들어진 우리말에 대한 의견을 쓴 것도 있습니다. 무슨 할 말이 그리도 많았을까요.
목록을 만든 까닭은 달려온 길이 어디까지인지 돌아보기 위해서입니다. 생각나는 대로, 되는 대로 써온 글을 이리저리 갈래지어 봐야겠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하나하나 다시 읽으며 고치고 더하고 빼고 하는 일을 해나갈 예정입니다. 새로운 글을 보태는 일도 생길지 모르겠습니다. 버릴 글이 더 많을 것입니다. 하는 데까지 해보고 가는 데까지 가볼 요량입니다.
지금 생각으로는 올해 10월쯤이면 마무리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 사이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니 더 늦춰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술을 줄일 수 있다면 앞당겨질 수도 있겠지요. 아무튼 그 끝은 ‘책’입니다. 어떤 모양새가 될지는 모르겠습니다. 지지난해 만든 <그 석류나무 잎사귀는 몇 장이었을까>를 염두에 두고 있습니다.
이건 분명 욕심입니다. 부질없는 짓이라고도 생각해 봤습니다. 나 한 사람이 우리말 우리글 좀 제대로 쓰자고 소리쳐 외쳐본들 달라질 것은 거의 없을 것입니다. 아무도 돌아봐주지 않을 수도 있고 동의하는 사람이 정말 몇 명 되지 않을 수도 있겠지요. 그래도 가보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지난해 책 낼 때 스스로 다짐한 것을 실천하는 일이기도 합니다.
저는 전문가가 아닙니다. 기껏 대학의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한 것과 신문사에서 교열부 기자 노릇 다섯 해 한 것이 거의 전부입니다. ‘진주 우리말 우리글 살리는 모임’ 일꾼으로 일한 적도 있고 ‘우리말 살리는 겨레모임’에서 잠시 심부름한 적은 있습니다만, 정말 본격적으로 공부한 일은 없습니다. 그저 우리말 우리글을 제대로 잘 살려 써야 한다는 생각, 이오덕 선생님 말씀을 옮기자면 “말을 살려야 겨레가 산다”는 생각으로 살아 왔습니다. 그 생각을 글로써 실천해 온 셈입니다.
따라서 제가 만들고자 하는 책은, 재미도 별로 없으면서 우리말에 관심을 가진 분들에게 도움이 되지도 않을 것입니다. 여기저기에서 한두 번은 본 듯한 내용이 대부분일 것입니다. 결국 헛일 하느라 욕봤다는 핀잔을 들을 수도 있습니다. 이것이, 이 일을 결심하는 데 오랫동안 망설인 까닭입니다.
그런데도 욕심을 부려 부질없는 짓을 하려는 것은 다른 데 목적이 있는 게 아닙니다. 혹시 저의 책을 읽은 사람이 말과 글을 쓸 때 단 한번이라도 ‘생각하지 않을까’ 싶어서입니다. 유행어라고 무조건 따라 쓰기보다는 한번쯤 곱씹어 보게 하고, 공문서가 아니라고 하여 대충 써도 된다는 생각을 버리게 하고, 더구나 남들에게 읽힐 글을 쓰는 사람이라면 정색을 하여 고민하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싶어서입니다. 이 정도 욕심을 가진다고 하여 크게 나무라지는 않겠지요.
이제 출발합니다. 출발한 이상 멈추거나 되돌아오는 법은 없습니다. 더디 가거나 쉬었다 가거나, 결국엔 목적한 지점에 도착할 것입니다. 10월이 목표입니다. 궁금해하실 분이야 별로 없겠지만, 진행해 가는 상황을 아주 가끔 알려드리겠습니다. 여기에다 이렇게 밝혀 두는 것은 두 가지 목적이 있습니다. 하나는, 나중에 책 나오면 한 권씩 사 달라고 하기 위해서입니다. 또 하나는 가끔 술자리에 안 나가더라도 이해해 달라는 뜻입니다. 고맙습니다.
2017. 2.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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