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과 글에 대한 걱정 한 바가지’라고 하려다가 ‘우리말과 글에 대한 반성문’으로 고쳐 보았습니다. 이래도 저래도 뭔가 부족합니다. 제목도 <요즘 우리말, 안녕하십니까>라고 정해 보았는데 <요즘 우리말은 안녕하십니까>라고 하면 어떨까 싶기도 합니다. 쉼표 하나가 크게 보입니다. 저의 이름에서도 그냥 ‘이우기’라고 할까, ‘이우기 지음’이라고 할까, ‘이우기 씀’이라고 할까 좌고우면 중입니다.
본문은 크게 세 마당으로 나누어 보았습니다. 첫째 마당은 ‘쓰지 말아야 할 국적 불명의 말’입니다. 샤방샤방, 시월드, 케어 같은 말에 대한 의견을 모았습니다. 30편입니다. 둘째 마당은 ‘결코 안녕하지 못한 우리말’이라고 해 보았습니다. ~느님, 국뽕, 품절남 같은 말에 대한 비판입니다. 44편입니다. 셋째 마당은 ‘새로 만든 꽤 괜찮은 말’입니다. 치맥, 엄지척처럼 제가 보기에 비교적 잘 만든 말들을 소개하는데, 11편으로 적습니다. 더 넣고 싶은데….
이제 시작은 한 셈입니다. 이 작업이 어디로 갈지 언제 끝날지 아무도 모릅니다. 제가 모르는데 누가 알겠습니까. 다만 목표는 10월까지는 끝낸다는 겁니다. 왜 10월일까요. 가을이잖습니까. 뭔가 거둬들이는 계절이잖아요. 만약 10월까지 끝내지 못하면 11월로 넘어갈 텐데, 그땐 ‘음력’ 10월이라고 우길 작정입니다.
전체 원고를 한번 읽어보았는데, 아득합니다. 고치고 더하고 빼고 깁고 하여야 할 곳이 너무 많습니다. 무엇보다 제가 주장하는 게 옳은지 그른지에 대한 판단이 어렵습니다. ‘그냥 포기해 버릴까, 내가 뭐 잘났다고 이 지랄이야’ 이런 생각을 하지 않은 게 아닙니다. ‘내가 이런다고 우리말이 안녕해질까, 누가 알아주기나 할까’ 이런 생각도 했습니다. 그래도, 신발끈도 채 매지 않고서 포기할 수 없는 법 아니겠습니까. 자신 없는 부분은 전문가를 찾아가 도움을 받을 생각입니다. 부끄러움을 무릅써야겠죠.
그동안 해 온 일을 여기에다 적어 놓음으로써 나태해진 저의 마음을 다그쳐 봅니다. 이제 원고 하나하나를 두 번 세 번 정독하면서 교정을 하고, 논리를 보충하는 일을 해나갈 것입니다. 원고 정리를 어느 정도 마쳤다 싶으면 다시 알려드리겠습니다. 어떤 방법으로 출판할지에 대한 것도 결정되는 대로 알려드리겠습니다. 지금은 정해진 게 아무것도 없습니다. 이렇게 말씀드리는 것은, 나중에 책 나오면 꼭 한 권씩 사 주십사 미리미리 부탁드리는 것입니다. 그 사이 혹시 궁금하시더라도 그냥 모른 척 지켜보아 주시기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2017. 3. 27.
'우리말과 글을 보는 내 눈'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안전R知 (0) | 2017.04.20 |
---|---|
신문의 날 표어를 읽다가 (0) | 2017.04.07 |
다시 먼 길을 나섭니다 (0) | 2017.02.24 |
우리말 우리글 관련 글 목록 (0) | 2017.02.24 |
비가 오면 생각나는 그 사람 (0) | 2017.02.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