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대는 지난해 2학기부터 교직원이 1학년 학생을 상담하는 ‘꿈ㆍ미래 개척’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학점과는 관계없다. 1학년이 알아야 할 학사행정과 각종 학생지원 제도를 안내해 준다. 학생의 고민을 들어주기도 하고 전문적인 상담의 길로 이끌기도 한다. 직원 1명이 한 학기 동안 상담하는 학생은 5~10명이다. 나는 지난해 2학기에 5명을 만났다. 3명은 한국인 남학생이고, 2명은 베트남, 중국에서 유학온 여학생이다. 올 1, 2학기에는 여학생만 5명 상담하고 있다.
그들의 가장 큰 고민은 졸업 후의 진로이다. 교사가 되고 싶어 사범대학에 지원했는데 안타깝게도 인문대학으로 진학하여,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난감하다고 말한다. 인문대학에서도 학과별로 서너 명씩 교직과정을 이수할 수 있는데, 동료들 간에 경쟁이 치열한 모양이다. 남학생들은 군대문제가 부담이고 이성관계나 바람직한 인간관계 형성은 남녀 막론하고 고민거리이다.
학생들의 꿈은 다양하다. 삶의 목표가 추상적인 학생도 있고 아주 구체적인 친구도 있다. 그러나 그 꿈을 찾아가는 길을 잘 모르는 듯하다. 낮에는 방향을 가리켜 줄 나침반이 없고 밤하늘엔 구름이 북극성을 가린 꼴이다. 무조건 학과공부만 열심히 하라고 할 수 없다. 영어와 컴퓨터 관련 자격증을 취득하면 안정된 직업을 보장받을 수 있다고 말할 수도 없다. 스무 살, 대학 1학년 학생들이 듣고 싶은 말은 무엇일까.
나는 여유를 가지라고 말해준다. 졸업과 동시에 내가 원하던 직업을 얻을 수도 있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가 더 많다는 것을 일러준다. 30살, 40살, 50살 즈음에 내가 ‘어떻게’ 살고 있을지 상상하면서 차근차근 준비하면 좋은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이야기해준다. 알아듣는 것 같다. 또한 어떤 사람도 자기가 원하는 100%의 삶을 산다는 것은 어려운 게 현실이다. 조급증을 가지면 자빠지기 일쑤라고 말해준다. 학생들은 졸업과 동시에 자신과 부모가 원하는 직장에 가 있는 게 불가능할 수도 있다는 것을 깨닫는 것 같다. 이런 상황에서 마음은 아프다.
다음, 마음의 여유가 생기면 여행을 가라고 말해준다. 독서와 영화ㆍ연극 감상 등 간접 경험도 중요하다고 일러준다. 직접 서점으로 데려가 책을 사주기도 했다. 국내외 어디든, 어떤 친구와 함께 가든 여행을 통하여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것은 무궁무진하다고 이야기해 준다. 대학에서 지원해 주는 어학연수, 해외봉사활동, 해외탐방 프로그램 같은 것에 지원하면 경제적인 여행이 된다고 일러준다.
마지막으로 여행, 독서, 영화ㆍ연극 감상에서 보고 느낀 것을 반드시 글로 남기라고 한다. 자기만의 비밀일기 말고 누구든 볼 수 있는 공개된 일기를 쓰라고 말한다. 글을 쓰는 것은 자신의 경험을 객관화하는 과정이고 다른 사람에게 좋은 정보를 제공해주는 길이다. 페이스북, 블로그, 밴드에 글을 공개해 놓고 다른 사람의 의견을 반영하여 수정해도 된다. 이런 과정은 글쓰기 능력을 높여준다. 글쓰기 능력은 훌륭한 자기 경쟁력이 되어줄 것이다. 학생들은 대번에 따라하는 것같지는 않았지만, 내 말뜻은 알아들었을 것이다.
내가 학생들에게 들려주는 이야기는 추상적이다. 목이 마른 학생에게 우물을 파라고 말하는 것과 같다. 목이 마른 학생에게 물을 한 바가지 주면 허겁지겁 들이켜고 시원하다고는 하겠지만, 항상 따라다니며 물을 준비해 줄 수는 없는 노릇이다. 대학에서 마련하는 각종 학생지원 프로그램을 자세히 살펴보면, 어떤 것은 학생들에게 물 바가지를 직접 갖다 주는 것이고 어떤 것은 우물 팔 괭이를 주는 것과 같다. 바가지를 잡아야 하는 학생도 있겠고, 괭이를 집어야만 하는 학생도 있을 것이다.
2016. 11.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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