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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잘하고 소소한 일상

내가 죽을 때가 되었다는 증거

by 이우기, yiwoogi 2016. 11. 26.

1125() 저녁과 1130() 저녁에 중요한 행사가 예정되어 있었다. 25일 행사는 동방호텔에서, 30일 행사는 현장아트홀에서 열린다.

 

1130일 저녁 9시경 행사를 마치면 근처 식당에서 뒤풀이를 하기로 되어 있었다. 나는 1121() 진주시 동성동 <투깔식당>에 가서 이날 밤 9~930분 사이에 30명 정도 올 것이라며 예약을 했다. 식당 명함을 받고 내 명함을 드렸다.


 

정식, 삼겹살, 해물찜이 맛있는 식당이라고 했다. 진주교 건너 농협 진주지점 뒤에 있다. 전화번호는 747-5001이다.

 

나는 30일 행사를 준비하는 동료들에게 카톡으로 다음과 같이 알렸다. "25() 21:00~21:30 사이에 30, 삼겹살 예약했습니다. 해물도 가능하다고 합니다. 12시까지 먹어도 된다고 합니다. 사람만 많이 모여준다면, 이제 모든 게 다됐습니다. 위치는 농협 옆 골목 무슨무슨 충무김밥집 옆집입니다. 한번 가본 적 있는데, 이 집 맛있습니다. 고기도 아주 좋습니다." 이 말은 그때 카톡에 올린 것을 그대로 옮긴 것이다.

 

그러고서 어제, 1125일 저녁 동방호텔 행사를 마치고 930분 넘어 다른 곳에 가서 뒤풀이를 하고 있었다. 술을 제법 마셨다. 하나의 행사를 마친 탓에 긴장이 조금 풀렸다. 낯선 번호의 전화가 왔다. 010-9588-4855이다. 받았다.

 

이우기 씨 됩니까?” “! 이우기입니다.” “여기 투깔식당인데 아직 행사 안 마쳤습니까?” “...!” 순간 머리속이 하얘졌다. 죽었구나 싶었다. 어째 이런 일이 있을까 싶었다.

 

(최대한 죄스럽고 미안하고 부끄럽고 또 죄스럽다는 목소리로) “사장님, 제가 가는 날은 30일인데요, 큰 행사를 두 개 진행하다 보니 날짜를 헷갈렸습니다. 저희들은 30일 갈 겁니다. 그런데 음식을 미리 차려놓지 않으셨는지요?” “, 상 다 차려놨습니다. 고기도 잘라놓고!” “죄송합니다. 제가 변상해 드리겠습니다.” “, 변상해 주셔야 합니다.” “, 정말 죄송합니다. 내일이나 모레 찾아뵙고 변상해 드리겠습니다. 다시 한 번 사과드립니다. 제가 예약하고자 하는 날짜는 30일입니다. 이번에는 틀림없습니다.”

 

여성 사장님은 그렇게 화난 목소리는 아니었으나 나 때문에 놓친 손님, 밥상 가득 차려놨을 여러 가지 밑반찬들, 냉장고 속 고기 등등을 생각하고 있는 눈치는 분명해 보였다. 나는 당장 달려가야 한다고 생각했으나 술을 너무 많이 마신 상태였다.

 

1126일 토요일 오전에 사무실 나와서 어제 행사 뒷정리를 대강 마쳤다. 이제 점심시간을 이용하여 <투깔식당>으로 간다. 두 말 없이 달라는 대로 변상해 드릴 것이다. 먼저 고개 숙여 사과부터 드리고...

 

, 이번 30일 행사 마치면(제발 무사히 마쳐지길) 다시는, 다시는 주제 넘는 일 같은 것을 맡지 않아야겠다고 다짐하면서...


 

그리고 다녀온 뒷얘기...

오늘따라 문 닫고 대구에 군인 아들 면회를 가셨다.

겨우 통화됐는데, 괜찮다고, 이보다 더한 일도 겪는다고, 30일 와서 많이 먹어달라고, 웃으며 말씀하신다. 그래도 변상하겠다고 하니, 어제 농담으로 한 말이라며, 신경이 많이 쓰였는가베, 하신다.

 

그리고 위 내용을 페이스북에 올렸는데, 이 식당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

-몇년 전 투깔식당에서 먹었던 대하가 기억나네요! 3년쯤 된것 같은데 정말 맛있었던 거 같아요~~

-투깔식당 정말 맛잇어요!

-투깔언니 화통한 사람입니다~ 한번 지나보낸 일 곱씹는 사람 아니니 걱정마세요~

제가 25일 점심 때 행사 마치고 자원봉사자 삼겹살 먹였는데 고기 여분이 얼마 안된다고 한 게 선생님 예약 때문이었나 봅니다~^^

30일 가시면 삼겹살 꼬~옥 드세요!

진짜 고기 좋습니다~~^0^

-투깔식당 맛있죠

-정식이 맛있는 집..

-인간미 넘칩니다. ^^

-저도 예전에 한번 가본 적이 있는데 괜찮더라구요.

-투깔식당 인심 좋고 맛난 곳임은 분명해요!

-사장님 내외분이 따뜻하고 정많은 분들이십니다. 저도 옆에서 많이 배우고 있습니다^^

- 저도 투깔식당 팬인데 집밥 엄마밥상이 나오는 곳..

 

2016. 11. 26.


투깔식당 위치: https://goo.gl/qOLrN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