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아침 정상으로 일어났고
하루 동안 별일없었다.
특별히 개운하지도 않고 피곤하지도 않은
그저그런 날 가운데 하루이다
아침에 병원 가서 주사 한 대 맞고
아침 저녁으로 먹어야 하는 약을 지었다.
약사는, 약을 먹으면 목이 좀 마를 것이라 했고
잠이 좀 올 것이라 했다. 점심 약이 없는 이유 같다.
점심으로 학교 식당에서 돼지고기찌개 먹었고
저녁으로 호탄동에서 김치찌개 먹었다.
점심은 밍밍했지만 저녁은 개미가 있었다.
그렇지만 그게 그것이다.
오전에 맹물 한잔과 녹차 한잔 마셨고
오후에 견과류를 탄 차를 한잔 마셨으며
저녁에 녹차라떼 거의 한잔 마셨다.
술은 입에도 대지 않았다. 하루 종일.
글 여러 개 썼고 몇 개 고치는 일을 하였다.
저녁엔 학생을 상대로 이런저런 이야기를 좀 했다.
이야기에 집중하느라 좀 피곤해졌다.
그러면 잠이 쉬 와야 하는 것이다.
저녁 10시쯤 잠이 왔지만 책을 들었다.
요즘 나에게 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였다.
책은 <당신이 숲으로 와 준다면>이다.
70쪽 가까이 읽었다. 놓기 싫었다.
12시 조금 넘은 시각 내일을 생각하며
아들의 인사를 받으며 잠자리에 누웠다.
자리는 보송보송하였고 사위는 고요하였으니
잠들지 못할 까닭이 없다. 이게 사실이다.
더구나 약을 먹으면 잠이 좀 올 것이라 하지 않았나.
하지만 나는 1시 40분 넘은 이 시각에 이렇게
컴퓨터를 켜고 페이스북을 열어
"우기님 무슨 생각을 하시나요?"라고 묻는
페북에게 친절하게도 길고 긴 답장을 쓰고 있다.
10일 할 일은 산더미보다 좀 작은 집채만한데
아침 9시부터 사진 촬영 두 탕 뛰어야 하는데
보도자료도 쓰고 고치고 해야 하는데
저녁엔 또 학생과의 대화를 밀도 높게 해야 하는데...
나는 왜 이러고 있을까. 커피를 마신 것도 아닌데.
나는 왜 잠들지 못할까. 내일 특별히 긴장할 일도 없는데.
나는 왜 잠을 이루기 어려울까. 지구가 멸망할 것도 아닌데.
나는 왜 이러고 있을까. 새벽 2시를 향해 달려가는 이 시점에.
배가 고프거나 잠이 모자라면 생각도 기억도 힘든데
집중하기 힘들고 긴장하기 어렵고 쉬고만 싶어지는데
나는 어쩌자고 전전반측 길지도 않은 밤을 허비하고 있는 것일까.
내일 일들을 도대체 어쩌려고... 아흑...
2016. 5. 10. 새벽 1시 5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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