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자잘하고 소소한 일상

200원

by 이우기, yiwoogi 2015. 12. 16.

2만 원도 아니고 2천 원도 아니고

100원짜리 쇠돈 두 개, 딸랑 200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시내버스 요금은 1천 원 넘고

잠깐 동안 주차요금도 최소 500원이다.

구멍가게에서 파는 과자도 200원짜리는 없고

콩나물도 200원어치 달랬다가는 욕 듣는다.

 

쓰지 않고 한 푼 두 푼 모으면

나중에 1천 원도 되고

더 인내하면 1만 원도 되겠지.

굴러다니다 없어져버리지 않는다면.

 

구세군 자선냄비에 딸랑 집어넣을 수는 있겠다.

길 가다 코흘리개들에게 선심 쓰듯

쥐어줄 수도 있겠지, 조금 낯간지럽겠지만.

200원의 쓰임을 생각해 본다, 200원인가.

 

늦은 밤 한 잔 술을 핑계 삼아

짧은 거리인데도 택시를 탄다.

기본요금 2800원이면 도착할 걸 빤히 아는지라

타자마자 3000원 건네며 잔돈은 두시라 한다.

 

잠시라도 주고받는 대화에 윤기가 묻어난다.

기쁘고 즐겁게 귀가할 수 있게 된다.

200원에 마음을 이리저리 바꿀 기사는 없겠지만

괜스레 기분 좋아지게 되는 것을 느낀다.

 

200원의 쓰임을 제대로 찾았다.

기사 아저씨도 200원에 안면을 바꾼 건 아니지만

그까짓 게 뭐라고 기대하지도 않았겠지만

그래도 닫힌 마음의 문을 조금 열었다고 할까.

 

2015. 12. 16.

'자잘하고 소소한 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침 출근길 작은 소란  (0) 2015.12.28
이런 뷔페  (0) 2015.12.27
좋은데이를 권함  (0) 2015.12.14
알코올성 치매일까  (0) 2015.11.21
‘직장인 피로’ 위험수위  (0) 2015.1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