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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석류나무 잎사귀는 몇 장이었을까

자다가 깨어 하는 잡생각

by 이우기, yiwoogi 2015. 4. 25.

일주일의 노동 덕분인지 저녁 반주로 몇 잔 마신 술 탓인지 저녁 9시를 못 넘기고 잠들었다가 새벽 230분에 깬다. 꿈자리가 뒤숭숭했는데 눈 뜨자마자 머릿속은 백짓장처럼 하얘진다. 온갖 잡념이 스멀스멀 뒤통수로 기어든다. 동서고금의 기기묘묘한 이론과 사건과 사연들이 뒤죽박죽 섞여 든다. 다 쓸어버리고 몇 가지 생각만 적어 둔다.

뇌물 준 놈과 받은 놈이 있다. 준 놈이 뇌물 주었다고 자백한다. 그런 뒤 자살한다. 검찰은 뇌물 받은 것으로 드러난 놈부터 잡아다가 죄를 물어야 한다. 준 놈 주변 사람을 불러다가 정황증거를 묻고 캐는 것도 필요하다. 그런데 어찌 된 것이 준 놈 주변 사람을 불러다가 조사하는 척하더니 증거인멸 어쩌고 하며 잡아가둬 버린다. 그럼 돈 받은 놈들은 그사이 아무 짓도 하지 않고 놀고 있나. 살아남은 놈들끼리 입을 맞추고 증거를 인멸할 줄 모르나. 이게 상식인데, 우리나라 상식은 거꾸로다.

아침 730분쯤, 한 신호가 열리자 버스가 달려온다. 인도에서는 무거운 가방을 멘 여고생이 달려온다. 여고생은 이 버스를 타야 한다. 번호를 보니 자주 다니는 버스가 아니다. 여고생은 이 버스를 놓치면 지각할지 모른다. 지각까지는 아니더라도 다음 버스를 하염없이 기다려야 할 것이다. 버스 기사는 어떻게 해야 할까. 여고생을 기다리는 시간은 20초쯤 될 것이다. 그러나 버스 안에는 이 버스가 이번 신호를 통과해야 지각을 하지 않는데라고 생각하는 승객이 가득하다. 버스 기사는 달려오는 여고생을 기다려야 하는가, 아니면 이미 타고 있는 승객의 출근과 등교 시간을 지켜줘야 하는가.

아파트 건설업자들은 왜 집도 다 짓지 않고 소비자들에게 돈을 받을까. 계약금, 중도금, 잔금으로 나눠 치러지는 아파트값 제도는 왜 생겼을까. 돈도 없는 건설업자들이 소비자의 돈을 긁어모아 아파트를 짓도록 하기 위한 것 아닌가. 아파트가 잘 안 팔리거나 다른 문제가 생기면 부도나는 것 아닌가. 건설업자들의 부도 때문에 얼마나 많은 서민들이 피눈물을 흘렸던가. 요즘도 그런가?

새벽 세 시를 넘은 시각. 우리나라 최고의 엘리트 국가정보원 요원들은 어디에서 말도 안 되는 댓글을 달며 시시덕거리고 있을까. 여배우 장자연 사건의 피의자들은 지금은 어디에서 어떤 여배우와 시간을 보내고 있을까. 성완종으로부터 뇌물 받아 먹은 정치인들은 어디에서 증거를 인멸하고 조작하고 있을까. 이런 말도 안 되는 일들로 따따부따 다투고 미주알고주알 씨부렁대는 우리나라를 보면, 코스모스의 저자 칼 세이건은 뭐라고 할까 문득 궁금해진다.

지구는 우주라는 광활한 곳에 있는 너무나 작은 무대이다. 승리와 영광이란 이름 아래, 이 작은 점의 극히 일부를 차지하려고 했던 역사 속의 수많은 정복자들이 보여준 피의 역사를 생각해 보라. 이 작은 점의 한 모서리에 살던 사람들이, 거의 구분할 수 없는 다른 모서리에 살던 사람들에게 보여주었던 잔혹함을 생각해 보라. 우리의 작은 세계를 찍은 이 사진보다, 우리의 오만함을 쉽게 보여주는 것이 존재할까?”(<한겨레신문>의 기사를 재인용) 2015. 4. 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