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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석류나무 잎사귀는 몇 장이었을까

두 번째 4월 16일①

by 이우기, yiwoogi 2015. 4. 15.

나는 모른다.

자식을 먼저 보낸 부모의 마음을 알려고 하고 공감하려고 노력하지만 사실은, 직접 겪어보지 않고는 안다고 할 수 없다.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며 1년 동안 힘겹게 싸워온 희생자 가족들의 절절한 심정도 가까이서 보지 않았기에 온전히 안다고 할 수 없다. 전국을 돌며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서명을 받고, 이제는 시행령 폐기를 촉구하는 그들의 피맺힌 고통과 분노의 절박함을 모른다, 고 말하는 게 맞다. 솔직히 특별법과 시행령의 구체적인 내용을 꼼꼼히 직접 읽어보지 못했다. 그리고 그 희생자 가족을 향하여 손가락질하고 비아냥거린 사람들의 면면을 속속들이 모르고, 그들의 섬찟하고 뻔뻔한 속마음을 알 리 없다. 모르는 게 많다.

나는 본다.

세월호가 기울어져 객실에 물이 차오를 때 가만히 있으라.” 해놓고는 저희들 먼저 빠져나가는 선장과 선원 놈들의 모습을 본다. 그들을 옮겨 태우면서도 학생들에게 탈출하라!” 한마디 하지 않고 끝내 단 한 명도 구조하지 않은 해경들의 모습도 똑똑히 본다. 구원파 유병언만 잡으면 모든 게 해결될 것인 양 큰소리쳐 놓고, 안 잡는 건지 못 잡는 건지 알 수 없는 행태를 보인 검찰과 경찰도 본다. 눈물 흘리며 유가족들에게 여한이 없도록 조사하여 책임질 사람에게 책임을 묻겠다고 유체이탈 화법으로 말하는 대통령도 본다. 그로부터 1년 뒤 첫 제삿날 추모식도 열지 못하는 정부, 민간에서 여는 추모식에 아무도 참석하지 않는 정부 인사, 때 맞춰 해외로 출장가는 대통령을 본다. 나만 본 게 아니다.

나는 안다.

거듭되는 수많은 인재(人災)에도 불구하고 항상 제대로 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해오지 못한 우리들의 무관심과 무능력, 그리고 망각이 세월호 사고를 불러왔음을 안다. 배가 서서히 침몰하는 그 순간 선장도, 해경도, 어느 누구도 빨리 탈출하라고 말하지 않은 까닭을 제대로 밝혀내지 못하면 대한민국호가 침몰하는 절체절명 위기의 순간이 찾아와도 똑같은 일이 반복되고 말 것이라는 걸 안다. 피눈물 흘리는 유가족의 아픔을 함께 나누고 공감하고 소통하지 않으면 그 고통과 슬픔과 분노는 마침내 나의 일이 되고 만다는 것도 안다. 세월호 사고의 진실을 밝히려는 유가족과 시민과 국민을 적으로 내모는 사람들의 머릿속에 무엇이 들어 있고, 이 사고를 이념대립으로 몰아가는 사람들의 간사한 잔꾀가 어떤 것인지 안다. 진실과 인양보다 보상금이 먼저라고 돈뭉치 내미는 저들의 검은 손이, 그 돈을 받는 순간 어떻게 바뀌게 될지 보지 않아도 다 본 듯이 안다. 너무 뻔하다.

나는 믿는다.

1년 동안 마음으로 함께해 온 국민들은 절대 지치지도 않고 잊지도 않고 굴복하지도 않을 것임을 믿는다. 세월호 이름만큼 긴 세월이 흐르더라도 진실은 반드시 밝혀지고 순정한 영혼들은 마침내 밤하늘의 별이 되고 달이 되고 낮하늘의 해가 되고야 말 것임을 믿는다. 죄 지은 자 그에 걸맞은 엄중한 벌을 받고, 사고를 방치한 자 그에 걸맞은 무거운 벌을 받고, 진실을 밝히려는 노력에 찬물을 끼얹은 자 그에 걸맞은 응당한 벌을 받을 것임을 믿는다. 정부, 청와대, 정당, 해경, 언론, 단체, 조직, 개인, 그리고 그 무엇이든 이 사건을 빨리 잊으라고 종용하고 슬픔을 멈추라고 압박하고 분노를 잠재우라 부추기는 세력은 끝내 저주받을 것임을 믿는다. 그리하여 어두운 바다 밑에 잠든 어린 영혼들, 나이 든 가여운 영혼들 모두 노랑나비로 날아올라 온 세상을 노랗고 환하게 수놓을 그런 세상 올 것임을 믿는다. 그리 되길 바란다. 2015. 4.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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