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출근길에 주로 엠비시 에프엠 <굿모닝 에프엠 전현무입니다>라는 프로그램을 듣는다. 아침 7시부터 9시까지 하는 모양이다. 보통 아침 6시 50분쯤 밥을 먹는데, 스마트폰 엠비시 미니를 켜놓으면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도 간추려 주고 아침 분위기에 잘 맞는 음악도 틀어준다. 신동호가 할 때도 들었고 서현진이 진행할 때도 들었다. 팬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애청자쯤은 된다. <손석희의 시선집중>을 들을 때를 제외하곤 에프엠 제법 들었다. 7시 20분쯤 집을 나서면 차 안에서도 이어 듣는다. 사무실 도착하면 7시 35분쯤 되는데 청취자가 출연하는 퀴즈대결까지 듣는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변함없는 일상이다.
집에서 출발하여 사무실 도착하는 동안에 주요 뉴스도 간추려 주고 광고도 하고 출근길 교통정보도 알려 준다. 지금 이 이야기를 하는 까닭은 교통정보에 대한 불만을 이야기하기 위해서이다. 이 프로그램은 서울에서 제주까지 전국의 청취자를 대상으로 한다. 모르지. 일부 지역방송에서 자체 방송을 하는지도. 아무튼 읽어주는 사연들을 들어보면 전국에서 이 방송을 듣는 모양이다. 그런데 교통정보는 서울과 그 위성도시의 상황만 알려준다. 1분 남짓밖에 안 되는 짧은 시간이지만 기분이 엄청 나빠진다.
서울 올림픽도로에 차가 막히는지 마는지, 한강대교에 고장 차량이 서 있는지 어쩐지, 구리로 빠져나가는 외곽도로 교통량이 많은지 적은지, 지하철 몇 호선이 고장 났는지 어쩐지 그걸 전국의 청취자가 알아야 할 까닭은 도대체 무엇인가. 서울 사람들 출근하는데 불편함이 있는지 없는지 하는 것을 전 국민이 알아야 할 까닭이 무엇이란 말인가. 정말 서울 중심주의적 발상이고 무사안일 사고가 아닐 수 없다. 무성의의 극치이고 국민 깔보기의 전형이다. 서울에만 사람이 살고 다른 지역에는 사람이 살지 않는다고 생각하는지도 모르지. 아무도 시비를 걸지 않으니 그게 문제인지 아닌지도 모르고 있겠지. 참 딱하다. 하긴, 여기에다 구시렁대고 있는 나도 한심하고 딱하긴 마찬가지다.
만일 그 시간에 교통정보를 알려주려면, 전국 고속도로 상황이나, 항공기 좌석이 남았는지 하는 것이나, 철도 차량에 대한 정보를 알려주면 안 될까. 물론 그것도 전국으로 여행을 다니지 않는 사람들에겐 있으나마나한 것이겠지만 서울특별시 교통정보를 고통스럽게 듣고 있는 것보다는 낫지 않을까 싶다. 조금 더 성의를 보인다면, 교통정보 시간에는 지역방송에서, 가령 경남의 경우 MBC경남에서, 지역의 교통정보를 좀 알려주면 어떨까. 큰 사고가 난 지역, 신호등이 고장 난 지역, 고속도로가 막히는 지역, 큰 행사가 있어서 미리 피해가면 좋을 지역 같은 것을 간추려 알려주면 어떨까. 그게 힘들고 어려우면 교통정보 따위는 아예 하지 말든지.
이 글을 방송국 그 프로그램 홈페이지에 올려보겠다. 받아들여 줄 것으로는 0.1%도 생각지 않지만 그래도 그 교통정보를 고통정보로 여기고 있는 청취자가 한 명쯤은 있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싶다. 그러고 나서도 안 되면, 내가 안 들으면 그만이다.
2015. 4.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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