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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잘하고 소소한 일상

출근길에 삶을 배우다

by 이우기, yiwoogi 2015. 3. 19.

출근길 3차로 도로에 차들이 밀려간다. 
바빠서 빨리 달리는 차 안 바빠서 느리게 달리는 차...
바쁜 차가 옆 차로로 잠시 비껴나가는가 싶더니 
안 바쁜 차 앞으로 잽싸게 끼어들어 휭 달려간다.
좁은 공간에 반비례하여 위태롭다.
안 바쁜 차는 그러거나 말거나 제 속도로 제 갈 길을 간다.
안 바쁜 차를 뒤따르며 조금 답답해진다. 
답답한 것에 비례하여 안전하게 천천히 달린다.
그렇게 출근하면서 삶을 배운다.

산에 나무들이 자란다. 
키 큰 나무 키 작은 나무, 굵은 나무 가는 나무...
키 큰 나무는 높이 솟아올라 그늘을 만들어 버리고
키 작은 나무는 빛을 못 보니 더 못 자란다.
큰 나무는 차이에 비례하여 큰 재목이 되고
작은 나무는 그대로 쓰임이 있을 것이다. 
크거나 작거나 굵거나 가늘거나 제 몫이 있다.
그렇게 산에 올라 삶을 배운다.

남강 물이 흘러 내려간다.
비 많이 오면 많은 물이 빠르게 흐르고
비 안 오면 적은 물이 느리게 흘러간다.
물은 뒤의 물이 앞의 물을 절대 앞서나가지 않는다.
앞물이 빠르거나 느리거나 묵묵히 뒤따를 뿐이다.
물은 스스로 그늘을 만들지 않아 앞물과 뒷물이 다투지 않는다. 
그저 말없이 아래로 밑으로 하염없이 흐를 뿐이다.
그래서 물은 물이다.
그렇게 남강 물을 굽어보며 삶을 배운다.

2015. 3. 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