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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잘하고 소소한 일상

쓸모가 남았으므로

by 이우기, yiwoogi 2015. 3. 19.

아침 신문이 비닐에 싸여 배달된 것을 보고 비가 오는 줄 알았다. 
어제 ‘날씨 알림’에서 오늘부터 온 나라에 비 온다고 했었다. 
밥 먹고 현관문을 나서다가 우산을 하나 집었다. 
가방에 작은 게 하나 들어 있긴 했지만 그걸 꺼내긴 귀찮았다.

그런데 우산이 펴지지 않는다. 자동우산은 가끔 이런다.
출근 가방과 사진기 가방을 대충 둘러매고 뛰었다.
아파트 입구에서 자동차까지 거리는 5m 정도다.
뛰었다기보다 잰걸음을 놀렸다고 할까.
펴지지 않은 우산을 머리 위에 대충 얹은 채 
차 문을 열고 두 가방을 던져 넣은 뒤 몸을 실었다. 
비를 많이 맞지는 않았다(고 생각한다. 일단 머리는 피했으므로).

학교 도착하여 주차를 했는데 주차장과 건물 사이는 5m 정도다. 
역시 펴지지 않는 우산을 머리 위에 대충 얹은 채
두 가방을 둘러메고 잽싼 발걸음을 놀렸다. 
빠른 동작 덕에 비를 맞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일단 머리는 피했으므로).

건물 안으로 들어와서 이 우산을 버려야겠다 싶어졌다.
단추를 눌러보니 우산은 언제 그랬냐는 듯 활짝 펴진다. 
주인을 우습게 알고 사람을 우습게 여기는 이 따위 것은 버려야 한다. 
차라리 고장 난 상태였으면 고쳐보기라도 하지...

하지만 퇴근할 때까지는 버리지 말아야겠다. 쓸모가 남았으므로.
그런 생각을 해보는 아침이다.

2015. 3. 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