춥고 긴 겨울 동안 땅 속에서 죽지 않고 용케도 살아남았다.
어디에선가 봄이 왔다는 소식이 아련히 들려온다.
아침 대충 챙겨 먹고 도시락 알뜰히 챙기고 신발끈까지 고쳐 맨다.
언제까지 어디까지 갈지 모르는 길을 표표히 나선다.
어디메쯤 이르렀는지 모르겠는데 또 소문이 들려온다.
가지 끝엔 이미 꽃봉오리 맺혀 곧 터뜨릴 기세라고 한다.
햇살은 따사로운데 얼마 있지 않아 뜨거워진다고 한다.
아무리 부지런히 잰걸음 놓아도 꽃 되긴 글렀다 한다.
에라, 모르겠다, 가지 끝까지 올라갈 일 뭐 있겠나.
꼭 맨 위까지, 맨 끝까지 달려가서 뭐 하겠나.
아무데나 꽃잎 가만히 내밀고 활짝 피우면 게가 내 자리인 게지.
오는 사람 가는 사람과 눈높이 맞추며 향기만 피우면 되는 게지.
-2015. 3. 27. 낮 경상대 교정에서,
벚나무 몸통을 뚫고 나온 꽃들을 만나다.
'자잘하고 소소한 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헛헛한 가슴 (0) | 2015.03.27 |
---|---|
사람이니까 (0) | 2015.03.27 |
암행어사 출두야 (0) | 2015.03.24 |
출근길에 삶을 배우다 (0) | 2015.03.19 |
쓸모가 남았으므로 (0) | 2015.03.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