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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잘하고 소소한 일상

기도해 볼까요

by 이우기, yiwoogi 2015. 1. 24.


내 몸에 작은 병이 끊이질 않길 기도합니다.

몸 다스리느라 운동을 하고 병원에 제때 가게 될 겁니다.

더 큰 병, 더 힘든 병을 미리미리 막을 수 있을 겁니다.

내 몸 귀한 줄 알게 되어 딴 사람 귀한 줄도 알게 될 겁니다.

몸 튼튼하다고 만용부리지도 않게 되겠지요.

가족들 사랑도 더 탄탄해질 겁니다.

 

호주머니에 돈이 많지 않길 기도합니다.

택시 타기보다 버스를, 버스 타기보다 걷기를 많이 할 겁니다.

백화점에 함부로 드나들지 않게 될 겁니다.

충동구매도 없어지고 지름신도 사라지게 될 겁니다.

가족끼리 마주앉아 족발 하나 뜯어먹는 행복도 느끼겠지요.

한 푼 두 푼 모으는 재미도 배우게 될 겁니다.

 

모든 사람이 한 편이 되지 않길 기도합니다.

생각이 다른 사람끼리 만나 토론하고 논쟁하게 될 겁니다.

서로 잘하기 위해 선의의 경쟁도 하게 될 겁니다.

한쪽으로만 가다가 낭떠러지로 떨어지지 않을 겁니다.

일방적인 걸 좋아하는 사람은 오히려 살맛이 없어지겠지요.

새는 좌우의 날개로 난다는 진리를 배우게 될 겁니다.

 

겨울엔 따뜻해지지 않길 기도합니다.

병해충들이 얼어 죽을 겁니다.

눈 좋아하는 아이들도 좋아할 겁니다.

봄이 오면 더 따뜻하고 포근하게 느껴질 겁니다.

없이 사는 분들에겐 따뜻한 도움의 손길이 더 필요하겠지요.

인간의 정을 더 많이 느끼며 살 수 있을 겁니다.

 

세상에 지나친 건 모두 사라지길 기도합니다.

지나친 성적 경쟁, 지나친 업적 경쟁, 지나친 실적 경쟁

지나친 부유함, 지나친 가난함, 지나친 아픔과 고통

지나친 관심, 지나친 무관심, 지나친 게으름과 부지런함

모든 게 사는 데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겁니다.

그렇지만, 가장 무서운 건 적당주의 아닐까요?

적당한 건 좋지만 적당주의는 옳지 않습니다.

 

2015. 1. 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