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문고에서 낸 <손바닥에 쓰다>를 읽는다. 아는 사람, 모르는 사람, 이름은 들어본 사람 들 8명이 4편씩 짧은 소설을 써서 모았다. 짧은 소설은 단편소설(短篇小說)보다 더 짧은 장편소설(掌篇小說)을 말한다. 掌은 손바닥을 가리키는 글자이다. 손바닥에 쓸 수도 있을 만큼 짧은 소설이라는 말인데, 200자 원고지로 치면 열댓 장, 많아도 쉰 장 안팎의 분량이다. 소소문고는 경남과학기술대학교 100주년 기념관 건너편 2층에 있는 헌책방 ‘소소책방’에서 펴내는 책에 붙이는 이름이란다.
길지 않아서 좋다(길면 싫다는 말은 아니다). 앉은 자리에서 금방 한 편을 읽을 수 있다. 길이가 짧으니 복잡한 갈등구조 같은 건 있기가 어렵다. 하지만 갈등이 없을 수 없고, 언뜻 보기엔 단순하고 소박한 것 같지만 가만히 생각해 보면 우리들의 삶이 촉촉이 녹아 있다. ‘콩트’ 하고는 다른 맛이다. 그래서 재미있다. 자유로운 상상력과 제법 단단한 문장이 돋보이는 글들이다. 상상하고 생각하는 즐거움과 글쓰기의 희열을 알아 챈 분들이지 않나 싶다. 편편마다 작가의 맑은 영혼과 뜨거운 열정이 묻어 있다. 여덟 작가의 자기소개가 맨 앞에 나오는데 이것부터, 내게는 소설로 읽힌다.
무엇보다 우리 진주에서 이런 책이 나왔다는 게 반갑고 고맙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2주 만에 한 번씩 모임 때마다 장편소설 한 편씩을 써 모았다고 하니 대단하다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려고 눈에 보이는 모든 사물과 현상들을 사랑스러운 눈길로 자세하고 꼼꼼하게 바라봤을 그들을 떠올려 보는 건 읽는 이에게 또 다른 즐거움이다. 그런 일상들을 소유한 여덟 사람을 모아 열심히 이끌고 나가고 있는 ‘손바닥에 쓰다’ 반장 조경국 님의 정성과 마음도 읽힌다. 뜬금없이 ‘이게 진주의 힘이다’라고 생각해 본다. 아직 다 읽진 못했다.
‘진주문고’, ‘소소책방’, ‘목요일 오후 네 시’, ‘뭉클’, ‘동훈서점’, ‘다원’에서들 판다고 하는데, 나는 ‘목요일 오후 네 시’와 ‘뭉클’은 가보지 않아 어디에 있는지 모르겠다. 값은 8000원인데 258쪽이어서 외려 싼 편이다(책이라는 물건을 싸다고 사고 비싸다고 안 사는 사람은 없을 테지). 누구에게라고 할 것도 없이 한번 사 읽어 보기를 권한다.
2014. 12.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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