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에 가면 사람이 있다. 그 사람의 삶이 있다. 삶은 희로애락이다. 웃고 떠들고 싸우고 울고 하는데 그것이 삶의 참멋이다. 맛도 있다. 배추도 팔고 돼지고기도 팔고 생선도 판다. 파전도 있고 어묵도 있고 튀김도 있다. 밥집도 있다. 김밥도 팔고 수제비도 팔고 돼지국밥도 팔고, 그렇지 알탕도 판다. 시장에 가면 노래가 있다. 맛난 것 사달라 조르는 아이의 노래가 있고 술취한 (꼭 우기 같이 생긴) 중년남자의 트롯이 있고, 싸구려 골라잡아를 외치는 젊은이의 혈기방자한 노래도 있다. 간혹 노래자랑 대회도 한다. 시장에 가면 추억이 있다.(나의 추억은 아래 블로그 링크로 따라가기) 1000원 더 깎으려는 깍쟁이 아줌마의 새침한 눈길도 있고 1000원이라도 더 받으려는 가난한 할머니의 쪼글쪼글한 주름도 있다. 시장에 가면 3개 1000원하는 것을 4개 주어도 남고 5개 주어도 남는 우리들의 계산법이 있고 어제 간 집 오늘 또 가고 내일 또 갈 수밖에 없는 이끌림이 있다. 여행으로 돌아보든 물건 사러 둘러보든 물건 팔러 나와 앉든 한끼 식사 해결하기 위해 주저앉든, 시장에 가면 이 모든 것을 볼 수 있고 느낄 수 있고, 그 속에서 나도 주인공이 될 수 있다. 시장에 가면, 눈물이 있다. 매운바람에 흘리는 눈물, 두고온 어린 아기 생각에 흘리는 눈물, 옆자리에 있던 할매 엊그제 돌아가셨다는 소식 듣고 흘리는 눈물이 있다. 그런 사연 저런 소식 이런 이야기 듣고 듣고 하다 보면 나도 모르게 흘리게 되는 눈물이 있다. 눈물은 삶이요, 삶은 사람이다. 시장에 가면 사람이 있다.
권영란의 <시장으로 여행가자>(도서출판 피플파워)를 읽으면, 시장에 가기 전에 먼저 웃게 되고 먼저 울지도 모르고 먼저 마음의 준비를 하게 해 준다. 시장에 갔다온 뒤 읽으면 내가 걸은 걸음은 여행이라고 할 수도 없고 나들이라고 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방랑이라고도 할 수도 없는 그 무엇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그 무엇은, 곧 삶 아닐 것인가. 그래서 읽는다. 아직 다 읽지는 못했다.
http://blog.daum.net/yiwoogi/13417166
2014. 12.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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